"보름 넘게 수치가 안 보인다".. 폭발한 미얀마 민심

정재호 2021. 2. 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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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반(反)쿠데타 시위의 최대 동력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모습은 결국 볼 수 없었다.

군부는 기습적으로 수치 고문의 첫 재판을 진행하고 추가 혐의를 덧씌운 뒤 병력을 총 집결하고 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찌 토 대변인은 이날 "더 많이 행진하자. 미얀마의 미래를 파괴한 쿠데타 정부에 대항해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고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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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된 수치 첫 재판, 변호사 없이 기습 진행 
석방 요구 시위대, 주요 도로 점거 강력 반발 
병력 집결설 속 법 개정한 군부, 강경진압 예고
미얀마 양곤의 한 시민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반쿠데타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우리의 지도자, 미래, 희망을 구해주세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반(反)쿠데타 시위의 최대 동력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모습은 결국 볼 수 없었다. 군부는 기습적으로 수치 고문의 첫 재판을 진행하고 추가 혐의를 덧씌운 뒤 병력을 총 집결하고 있다. 시민들은 석방을 외치는 도로 점거 시위로 맞섰다.

17일 외신과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당초 15일에서 이날로 연기된 수치 고문의 첫 재판은 이미 전날 변호사 동석 없이 화상으로 몰래 진행됐다.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보름 넘게 자택에 구금된 수치 고문을 접견하거나 그의 모습을 직접 확인한 민간인은 단 한명도 없다. 내달 1일 다음 재판과 9명의 증인심문이 예정돼 있지만 군부가 사법부를 장악한 상황이라 수치 고문의 모습이 공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군부는 "수치 고문은 여전히 건강하며 구금된 게 아니라 안전을 위해 보호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곤의 시민들이 17일 도심 도로를 점거한 뒤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석방과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몰래 재판'과 '혐의 추가'가 알려지자 시민들 분노는 이날 더 거세졌다. 평일임에도 수천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특히 양곤의 주요 도로를 처음 점거하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양곤의 한 교민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시위로 길이 차단돼 오늘은 출근 자체를 할 수 없었다"며 "수치 석방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수만명이 모였던 주말과 견줄 정도로 매우 컸다"고 전했다.

민 아웅 흘라잉(가운데) 최고사령관이 16일 수도 네피도에서 국가행정평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 캡처

군부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군정 최고 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는 전날 정상적인 법률 수정 절차를 무시하고 형법을 날치기 개정했다. 군에 불만과 혐오를 유발한 자에게 기존 형량(징역 3년형)보다 무거운 최고 징역 20년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무원의 근무 거부를 유발한 자'를 징역형에 처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반쿠데타 시위와 함께 진행 중인 '시민 불복종 운동(CDM)'을 뿌리뽑겠다는 의미다.

최대 위협은 양곤 등 대도시에 군병력이 대거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미얀마 군이 양곤 등으로 집결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미얀마에 쿠데타 이후 최대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들은 군인들의 도심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 곳곳에 고장 난 것처럼 차량을 방치해 바리케이드로 삼고 있다.

17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한 노인이 아웅산 수치 여사 석방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들고 울먹이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찌 토 대변인은 이날 "더 많이 행진하자. 미얀마의 미래를 파괴한 쿠데타 정부에 대항해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고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양곤에 사는 현지인 A씨도 "이날 오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포스터, '거리로 나서자'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시민들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미얀마 SNS에 퍼지고 있는 아웅산 수치 고문 및 윈 민 대통령 석방 요구 포스터 이미지. 양곤 시민 제공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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