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예뻤던 정인이..이내 온몸 흉터" 눈물의 법정증언(종합)

박승주 기자,김도엽 기자 2021. 2. 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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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 "정인이, 나중에 모든 걸 포기한 모습..과자도 안 먹어"
어린이집 교사 "양모, 정인이 다친 이유 대답 회피..다른 엄마와 달라"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날인 17일 오후 경기 양평군 정인양의 묘지에 판사봉이 놓여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김도엽 기자 = 정인양이 입양 초기부터 학대를 당했을 것이란 관계자들의 법정 증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양모가 정인양의 상처와 멍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7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씨의 두번째 공판을 열었다.

정인양은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돼 10월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정인양은 사망 당시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날 재판에는 정인양이 다녔던 어린이집의 원장과 담임교사, 입양절차를 진행한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등 3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원장 A씨는 "지난해 3월 2일 우리 어린이집에 입학했는데 쾌활한데다 얼굴이 예쁘고 항상 밝은 아이였다"며 "나이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담임교사 B씨 또한 "통통하고 발달도 빨랐다"며 "또래 아이들이 기어다닐 때 정인이는 걸으려 했고 낯선 환경에도 빨리 적응했다"고 기억했다.

다만 B씨는 "양모가 정인이를 안아주거나 다독이지 않았고 정인이도 양모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정인이와 장씨 사이에서 처음부터 거리감이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두 사람은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나온지 한 달도 안돼 학대가 의심되는 상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A씨는 "(입학 당시에는) 건강 상태에 문제가 없었지만 3월말쯤 흉터 등이 발견됐다"며 "3~5월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상처가 난 채 어린이집에 왔다"고 밝혔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본 경력이 10년이 넘는다는 A씨와 B씨는 이런 사례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증언했다. A씨는 "아이들은 1년에 한 두번 상처가 나는데 정인이 몸에서는 1주일 반이나 2주에 한번 꼴로 상처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사형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두 사람은 정인이가 다친 이유를 양모 장씨에게 물어보면 대답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장씨에게 전화해 상처가 난 이유를 물었지만 장씨는 '부딪히고 떨어져 상처가 났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장씨가 정인이 상처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으며 '괜찮을 거다'라고 답했던 것 같다"면서 "다른 엄마들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는 취지로 말했다.

B씨는 "장씨는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관심이 적어 보였고 아이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첫째 아이(정인양 언니)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정인양을 병원으로 데려갔던 지난해 9월 23일, 정인양이 마지막으로 등원했던 10월 12일에 있었던 일을 증언하면서 흐느끼기도 했다.

9월 23일 어린이집에 온 정인양은 앙상한 모습에 다리를 후들거렸는데 그 뒤 1주일 동안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가정보육 이후 정인양의 상태가 다시 악화된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정인이가 10월 12일 어린이집에 다시 왔는데 그때는 몸이 마른 상태에서 배만 볼록 나와 있었고 머리에도 멍이 든 상처가 있었다"며 "모든 걸 포기한 모습이었고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입에 넣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그날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온다고 해서 기다렸으며 정인이 아버지가 오면 병원에 꼭 데려가라고 말하려 했다"며 "그것이 마지막이라는게 마음 아프다"고 오열했다.

정인양의 입양절차를 진행한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사회복지사도 "양모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사회복지사 C씨는 지난해 5월26일 정인양 집을 두번째로 찾았을 때 "정인이의 허벅지 안쪽과 배 주위에 멍 자국이 있었고 귀 안쪽에 상처가 보였다"며 "양부모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2일 3차 가정방문 때도 이마 부위에서 상처를 발견했다는 C씨는 정인양의 체중이 줄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장씨와 통화했는데 그때 무책임한 태도가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C씨는 "장씨가 매우 흥분되고 화난 말투로 '정인이가 1주일째 거의 먹질 않는다' '오전에 준 과일 퓨레를 아직 입에 물고 있다'고 했다"며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하게 생각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불쌍하게 생각되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으며 아이가 잘 먹지 못하면 응급실에라도 갔을 텐데 장씨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장씨는 증언이 이어지는 내내 이마를 감싼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고 안씨도 고개를 숙인 채 증언을 들었다. 증인들은 피고인들과 대면을 원치 않아 가림막을 두고 증언했다.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에도 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수십명은 재판 시작 전 서울남부지법 앞에 모여 피켓시위를 했다. 이들은 "정인아 미안해" "안씨 구속" 등을 외쳤다.

다음 재판은 3월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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