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석 칼럼] '서울시 연립정부론'의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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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이 '연립(聯立) 지방정부' 안을 놓고 민심을 저울질하고 있다.
오직 야권 후보 단일화의 대오에 동참,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40조 예산의 서울시정에 한몫 끼자는 계산법으로 읽힌다.
오세훈 후보가 "안 대표와 서울시 공동 운영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밝히자, 나경원 후보도 동의했다.
일각에선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부시장은 오세훈이나 나경원측 인사가 맡고, 반대의 경우 안철수측 인사가 맡는 '남경필 연정방식'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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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자리 나눠먹기 그칠 것
선거용 연정 구상 결말은 뻔해
오세훈 후보가 "안 대표와 서울시 공동 운영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밝히자, 나경원 후보도 동의했다. 무소속 금태섭 후보까지 포함시켜 판을 키우는 중이다. 권력 나눠먹는 데 질색인 정치인이 스스로 나누자고 나선 데는 이유가 있을 터다. 판세가 여의치 않아서다. 단일화에 성공해야 '진보 대 보수' 대결구도가 갖춰지기 때문이다.
꽃길은 아니다. 당론이 엇갈린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이 "후보단일화 작업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연립정부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서울시에 연립정부라는 게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라고 의문부호를 찍었다. 노회한 김종인 위원장이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닐 게다.
연립정부론(연정론)은 새로 나온 정치혁신 플랫폼이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DJP연합'이 대한민국 정치사상 첫 연정 사례였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이질적 세력이 결합, 표의 확장에 성공했다. 사실 연정은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정치실험이다. 당시 두 당도 내각제 개헌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정치사에서 연정은 주로 위기 타개책으로 명멸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또 한번 대연정론을 띄웠지만 경선 탈락으로 꺾였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재명·박원순·김부겸 후보가 '공동정부' 수립에 합의한 전력도 있다.
2014년 첫 지방정부 연정이 성립됐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도의회의 여소야대를 극복하려고 연정을 꾀했다. 이상적인 미래 정치를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남 지사의 대선 경선 참여 및 도지사 재선 실패와 맞물리며 실패작으로 끝났다.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산하 공공기관장 4명에 대한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열었고, 야당이 파견한 연정 부지사가 취임하는 성과를 올렸다. 400억~500억원에 이르는 예산편성권을 도의회에 넘겼다. 연정 관련 사업 288개 중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의 참여 거부로 절름발이가 됐다.
실패로 끝난 경기도 연정 사례는 서울 연정의 앞날을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후보들은 연정의 구체적인 틀과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부시장은 오세훈이나 나경원측 인사가 맡고, 반대의 경우 안철수측 인사가 맡는 '남경필 연정방식'이 거론된다.
서울시 연정론을 어떻게 봐야 하나. 중도부동층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적 꼬드김에 불과하다. 후보들은 자신이 단일후보가 되면 상대에게 일정 지분을 나눠주겠다고 동상이몽 중이다. 3명의 부시장은 물론 산하 지방공기업, 출연기관, 출자기관장에 내 사람을 심으려고 아귀다툼을 벌일 것이다. 2022년에 펼쳐질 '진짜'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패한 경기도 연정을 재방영할 까닭이 뭔가. 지방정부마저 정치판으로 만들 이유는 또 뭔가. '보궐선거용' 연정의 결말은 뻔하디 뻔하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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