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인간과 말의 우정을 다룬 연극 '군마'

김충제 2021. 2. 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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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7년, 영국 런던 국립극장에서는 전 연령대를 울리는 가슴뭉클한 연극 한편이 큰 화제를 모았다.

소년과 말의 눈물 어린 우정을 다룬 연극 '군마'(軍馬·War Horse)에는 실제 크기의 말 인형이 등장해 관객들에게 감탄과 감동을 자아냈고, 이듬해 웨스트엔드 공연장 뉴런던시어터로 옮겨져서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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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7년, 영국 런던 국립극장에서는 전 연령대를 울리는 가슴뭉클한 연극 한편이 큰 화제를 모았다. 소년과 말의 눈물 어린 우정을 다룬 연극 '군마'(軍馬·War Horse)에는 실제 크기의 말 인형이 등장해 관객들에게 감탄과 감동을 자아냈고, 이듬해 웨스트엔드 공연장 뉴런던시어터로 옮겨져서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미국 브로드웨이 토니상에서도 5개 부문(작품, 연출, 무대디자인, 조명디자인, 음향디자인)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영화계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2011년 마이클 모퍼고의 동명의 동화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영국 국립극장 공연 실황을 유료 상영해 큰 관심을 끌었고 2020년 인터내셔널 투어팀 내한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취소돼 이 공연을 기다려온 많은 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연의 영상화 및 온라인 상영 등 무대가 닫혀 있을 때 대신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서 공연의 근본적인 속성인 무대의 원초적인 매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도 계속되고 있다. '군마'는 그런 논의가 있을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작품이다. 같은 원작을 각색한 영화에서는 전장을 가득 메운 군마들이 실제로 출연해서 장관을 이루지만 연극에서는 무대의 특성상 진짜 살아 있는 말이 공연 시간 내내 등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작품 속에서 실제 말이 등장하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의 정교하게 제작된 생생한 말 인형과 그를 둘러싼 여러 명의 인형조종사(퍼펫티어)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이 주는 진정성이 관객의 마음을 흠뻑 적신다.

'군마'의 동화 원작은 닉 스태포드가 각색했으며 무대 위에는 실제 말은 한 마리도 출연하지 않는 대신 나무로 만들어진 정교한 실물 크기의 인형들이 관절을 움직이며 완벽하게 움직임을 재현하는 '말 연기'를 보여준다. 무대 매체의 끝판왕 매력을 보여주는 이 인형은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세계적 인형극단인 핸드스프링 인형극단이 제작했다.

이 작품에서 인형조종자의 손과 몸으로 표현되는 망아지와 말의 행동기법은 영상매체에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예술의 경지이다. 말의 세밀한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해서 말이 주변을 경계하고 사료를 먹는 등의 구체적인 모습이 펼쳐지면 관객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박수를 보낸다. 인형조종자들의 가장 큰 기술은 말과 비슷한 갈색 의상을 입고 말 인형을 섬세하게 연기하면서도 정작 관객이 그들의 존재를 잊게 만드는 것이다. 그들의 노력으로 관객의 눈앞에는 실제 말이 뛰어놀고 광야를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제아무리 영상기술이 진보한다고 해도 이러한 관극 체험은 아날로그 무대만이 가진 마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연기된 투어 공연이 빠른 시일 안에 재개돼 작품의 주제인 휴머니즘이 주는 감동을 함께 나누는 기회가 오기를 기원해본다.

조용신 연극 뮤지컬 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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