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가상화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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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원화든 달러든, 주요국 공용화폐는 모두 법화(法貨)다.
▦ 그런데 법화 시스템을 뒤흔들 '반체제 화폐'가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민간 가상화폐를 아예 불법화하고, 독일이 "주권 국가의 핵심 요소는 통화 발행이며 우리는 이 역할을 민간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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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원화든 달러든, 주요국 공용화폐는 모두 법화(法貨)다. 법화는 ‘매매지불수단으로서의 배타적 통용성을 인정하고 다른 종류의 유통수단을 배제한다고 하는 국가적 강제를 내용으로 하는 화폐’를 말한다. 국가가 법화를 운용하는 건 통화정책부터 국내 자본의 해외이탈을 규제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국가경제를 관리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각국의 법화 운용권은 국토에 대한 배타적 권리처럼 핵심 주권으로 여겨진다.
▦ 그런데 법화 시스템을 뒤흔들 '반체제 화폐'가 급부상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온라인 가상화폐 얘기다. 법화는 국가가 명목가치를 담보한다. 하지만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은 공권력에 의해 가치가 담보되지 않는다. 비트코인 사용자들 간에 인정되는 교환가치가 시장에서 스스로 매겨지는 구조다. 다만 2040년까지 채굴될 비트코인 총량은 2,100만개로 애초에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에, 법화처럼 총발행량이 점점 많아져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
▦ 초기엔 가치가 거의 인정되지 못했다. 2010년 장난 삼아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2판을 사는 거래가 최초로 이루어졌을 정도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국가의 감독을 피해 개인 간 재화의 거래와 결제가 가능한 특성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는 꾸준히 늘어 왔다. 지난해 12월엔 세계 최대 온라인결제 플랫폼인 페이팔이 거래를 허용한 데 이어 최근 글로벌 혁신기업인 테슬라가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자사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면서 화폐로서의 통용성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16일엔 1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5만달러까지 돌파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로서는 민간 가상화폐의 득세가 국가시스템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반체제 운동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민간 가상화폐를 아예 불법화하고, 독일이 “주권 국가의 핵심 요소는 통화 발행이며 우리는 이 역할을 민간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이유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수록 각국에서 가상화폐 확산을 둘러싼 민간과 정부 간 ‘화폐전쟁’도 격화할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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