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파에 글로벌 반도체 공장 '셧다운'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2021. 2. 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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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스틴 공장, 설립 후 첫 중단
인근 NXP·인피니언 등도 멈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전경/사진 제공=삼성전자
[서울경제]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현지 한파와 폭설에 따른 전력 부족 사태로 가동을 멈췄다. 오스틴시가 혹한에 따른 대규모 정전과 전력 부족 사태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등 대기업들에 공장 가동을 멈춰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이곳에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던 삼성전자로서는 추가 투자를 앞두고 고민거리가 늘었다.

17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오스틴에너지는 16일(현지 시간) 산업용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들에 전력 공급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공장 폐쇄 또는 휴무를 요청했다. 이에 현지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들을 대신해 협상에 나선 컨소시엄 ‘깨끗하고 수용 가능하며 믿을 수 있는 에너지를 위한 연합(CARE)’은 “텍사스 전력망의 심각한 상황에 대응해 오스틴에너지가 모든 산업 및 반도체 제조 업체들에 공장 가동을 멈춰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모든 기업이 이를 따르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주 정부 요청에 따른 공장가동 중단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은 16일 오후 4시부터 공장 가동을 멈췄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 공장에 14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28㎚ 라인 등에서 인텔과 테슬라·IBM 등의 칩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전력 공급망에 이상이 생겨 주 정부가 산업용 전기 공급을 잠시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고지했다”며 “갑자기 닥친 정전이 아니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생산 시설과 생산 중인 웨이퍼 등에 사전 조치를 진행하고 전력 공급망이 복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전력 부족 때문에 가동을 중단한 것은 지난 1998년 공장 설립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생산 재개를 위해 주 정부와 논의하고 있지만 혹한과 폭설이 겹친 현지의 전력 수급 상황이 좋지 않아 순환 정전 등 전력 비상사태가 언제 풀릴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공장을 멈추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8년 3월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에서 30분 미만 정전이 발생했을 당시 피해액은 500억 원가량이었다. 2019년 12월에 화성 사업장이 정전됐을 때도 수십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일로 삼성이 유력한 공장 증설 후보지였던 오스틴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생산의 기본 조건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기에 주 전역의 전력 공급망이 무너지는 초유의 사태는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위험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특히 초미세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생산 공정은 일시적 지진이나 정전에도 대규모 물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이달 20일 이후에도 정상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공장 부지 선택을 앞둔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스틴 지역에 170억 달러(약 18조 8,000억 원) 규모 투자를 조건으로 10억 달러 안팎의 세제 혜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전사태, ‘오스틴 공장증설’ 새로운 고민거리로

아울러 자동차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NXP의 생산 시설도 이번 정전으로 가동을 멈췄다.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의 오스틴 공장에서는 공급량이 부족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전력 반도체, 센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해 스마트폰과 TV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한층 꼬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 미국은 북극발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텍사스주는 43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피해가 가장 컸다. 현재 오리건·켄터키·웨스트버지니아·버지니아 등 미국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긴 상태다. 가장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텍사스주는 병원 같은 필수 시설을 위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역은 순환 정전에 돌입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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