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환원공법·LNG추진船 확대..非인도적 무기 사업도 정리

박한신·한동희 기자 hspark@sedaily.com 2021. 2. 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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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새 판 짜는 대기업 <3·끝> 선택 아닌 필수 'ESG 경영'
최태원發 사회적 가치, ESG 경영으로 진화하며 확산
선택 넘어 생존과 직결..기업마다 환경·사회문제 앞장
[서울경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서든 데스’의 시대입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업했다면 지금은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야 살아남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 무렵 이처럼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를 휩쓴 현재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키면 좋고 안 지켜도 그만’으로 치부됐던 ‘ESG 경영’ 또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ESG는 ‘올바른 가치 추구’를 강조하는 경영을 말한다. 우리 대기업들도 ESG 경영을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인식하는 추세다. 네덜란드 공적연금이 지난해 동남아시아 석탄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연관돼 있다는 이유로 한국전력 지분을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올 초 주요 기업 119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9.2%의 기업이 “ESG 관련 흐름에 관심이 많다”고 답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탄소배출 주범 철강사, 이젠 “탄소중립”

제조업 중심인 국내에서 ESG 경영은 ‘E(환경)’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철강 산업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할 때 탄소 덩어리인 석탄을 사용하는 탓에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했다.

철강업체들은 수소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시아 철강 기업 최초로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업계 맏형 포스코는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리스폰시블 스틸’에 가입했다. 호주 소재 비영리단체인 ‘스틸 스튜어드십 위원회’가 운영하는 철강 분야 ESG 단체로 아르셀로미탈 등 글로벌 철강업체들이 가입돼 있다. 이 곳에서는 지속 가능한 철강을 목표로 철강 부문 최초의 ESG 표준 및 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삼성重 “친환경 선박 투자 확대”

ESG의 ‘친환경 칼날’은 조선업계에도 향해 있다. 그동안 저가·저품질유가 주를 이뤘던 선박 연료에 대해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 개발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이미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을 꾸준히 개발해왔던 국내 조선사들은 친환경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친환경 기술에 1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이미 조선업계 최초로 산업은행과 4,800억 원 규모의 ‘그린론’을 체결하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기술을 진화시키기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

LNG 추진 원유 운반선 시장에서 73%의 점유율을 보이는 등 친환경 선박에 강점을 보인 삼성중공업도 친환경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올해 친환경 컨테이너선 등의 발주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친환경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시장 지배력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非인도적 무기 사업 매각

ESG 중 ‘S(사회)’에 속하는 윤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사업을 재편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화가 지난해 화약·방산 부문 내 분산탄 사업을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분산탄은 큰 포탄 안에 수많은 작은 포탄이 들어 있는 무기다. 정밀 타격 무기와 달리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낼 수 있어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화그룹이 분산탄 사업을 완전히 법적으로 분리한 것은 그러지 않으면 그룹 차세대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의 확장이 원천 차단되기 때문이다. 벨기에·아일랜드·이탈리아·룩셈부르크·뉴질랜드 등 5개국은 분산탄 업체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연금 등 유럽 연기금들도 분산탄 업체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친환경 산업의 최대 시장이자 테스트 베드인 유럽에서 태양광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ESG의 자격’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3대 주력 사업으로 격상

현대자동차도 ESG 경영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말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40년까지 유럽·중국·북미 등 선진 시장에서 전 차종을 전동화하겠다고 발표하며 “환경문제가 인류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고객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환경 경영에 더욱 비중을 싣기 위해 궁극의 친환경 연료인 수소 사업의 위상도 격상했다.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자동차 회사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자동차 제조)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이동 서비스)와 함께 ‘3대 사업 축’으로 삼기로 했다.

/박한신·한동희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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