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사표 전 '눈 뜨고 당하냐' 靑내부 질책 있었다"

申측근 "백운규 영장, 인사 패싱에 신 수석 입지 좁아져"
이광철과 갈등도 사실.."박범계와 갈등 탓" 靑해명과 배치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 2020.12.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김규빈 기자 =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배경을 둘러싸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 때문에 신 수석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월성 원전 1호기' 수사가 영향을 미쳤다거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신 수석이 청와대 내에서 자신의 역할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여러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 한 번도 아닌 수차례 사의를 표명한 '더 깊은 속내'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17일 청와대는 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관련해 "검찰과 법무부 견해가 달라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검찰 측 의견을 반영해 이견을 조율하려는 신 수석과 갈등을 빚은 끝에 조율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부 안을 밀어붙여 대통령 보고 및 재가를 거쳐 법무부안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수사 중인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하자, 이번 인사에서 신 수석을 통해 검찰 측 의견을 반영하려던 방침을 접은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선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인사를 놓고 신 수석과 의견이 다른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신 수석을 제치고 법무부와 인사를 조율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민정수석실 내부 이견은 없었다"며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의 편을 들고 민정수석을 패싱해서 사표에 이르게 됐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2020.1.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하지만 신 수석 측근 등의 말을 종합한 상황은 다소 다르다.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검찰 인사 과정을 거치며 청와대 내 입지가 계속 좁아졌고, 이광철 민정비서관과의 갈등도 현재 진행 중이란 것이다.

신 수석은 백 전 장관에 대한 자료 조사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검찰로부터 미리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신 수석이 청와대 안에서 "멀뚱하게 눈 뜨고 당하냐"는 질책을 받았고 민정수석으로서 코너에 몰렸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또 민정수석실 내에서 검찰 인사를 둘러싼 이견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신 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과의 사이는 좋지 않다고 한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측근이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에 있어서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신 수석을 '패싱'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인사 주체가 박 장관이 아닌 이광철 민정비서관이라는 '비아냥'섞인 추측도 제기된다.

이렇듯 청와대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 향후 검찰 인사 등에서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고조됐던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을 봉합할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현실적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재인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서 여당과 검찰에서 거는 기대가 컸고 신 수석 역시 '중재자' 역할을 의욕적으로 해내려 했으나,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는 검찰 인사에서의 조율이 실패로 돌아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신 수석이 여러 차례 자신의 거취까지 내건 만큼 당장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