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월성 삼중수소 바다 유출' 지난해 보고받아
"오염수 바다 유출·지하 매설 배관 누출 확인"
원안위는 "유출 확인 안 된다" 여전히 고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산하 안전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이 지난해 월성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오염수 외부 유출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킨스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 월성원전 1~4호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검사보고서에 담겨 있다. 검사 결과는 지난해 11월까지 원안위에 모두 보고됐다. 원안위는 그럼에도 “킨스의 공식 보고는 방사성 물질 외부환경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킨스는 국내 유일 원전 안전점검 기관이다. 18개월마다 원전 안전점검을 한다. 지난해 11월 원안위에 제출된 ‘월성원자력 4호기 제17차 정기검사보고서’에는 “수조 구조물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과정에서 물 처리실 중화조 집수정(Sump)의 벽체 손상에 따라 집수정 내의 오염수가 외부 환경으로 누출되어 비방사성 지하수 처리계통인 터빈 갤러리를 통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중화조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어 비방사성 지하수와 함께 처리돼서는 안 된다. 보고서에 유출량은 나오지 않는다.
보고서는 “주요 구조물 하부와 지하관정 지하수에 대한 방사능 분석 결과에 대해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는 계통수가 누설돼 주변 지하수와 희석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고 “환경 누설에 따른 오염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부적절한 유지관리·점검 절차와 부적절한 판정기준이 명시된 관련 절차서를 조속히 보완하도록 요구했다”는 점검 결과 내용을 담았다. 계통수는 원전 가동에 사용되는 물로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 내용은 월성 4호기 정기검사보고서에 앞서 지난해 6월 원안위에 제출된 월성 3호기 정기검사보고서에도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부적절한 판정기준”의 사례로 “삼중수소가 포함된 액체폐기물 관리기준인 4만Bq/L를 비방사성 지역에 대한 오염 여부 판정기준으로 적용해 계통수(원전 가동에 사용되는 물) 누설이 발생해도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을 지목했다.
한수원은 배출수를 물로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13.2Bq/L까지 낮춰 배출하면서도 정작 비계획적 배출 삼중수소 농도는 4만Bq/L만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그동안 한수원과 원안위가 지하수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가 기준치 이내여서 외부에 유출돼도 문제 없다는 태도를 취해온 것은 이런 전문기관의 판단을 무시한 셈이다.
방사성 물질 유출은 이미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실시된 월성 1호기 정기검사에서도 확인됐다. 킨스는 지난해 3월 원안위에 제출한 ‘월성원자력 1호기 제26차 정기검사보고서’에서 “발전소 내외 여러 장소의 물시료 분석 결과가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또는 계통수의 누설에 의한 자연환경으로의 누출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밝혔다.
킨스는 특히 월성 3호기 정기검사보고서에서 “현재 측정되고 있는 월성2발전소 부지 지하수 삼중수소 농도는 2010년 12월 월성1발전소(2발전소 바로 옆에 위치)의 배경 농도(7.8Bq/L)보다 100~1만배 정도까지 높아진 수준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지하 매설 배관을 교체한 것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원전시설물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누출돼 지하수에 유입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원안위는 최근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과 관련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는 이와 다른 입장을 취했다. 원안위는 “월성원전에서 정상 배출된 기체상 삼중수소는 배기구 인근에 가장 많이 침적되어 강우 등의 영향으로 지하수로 전이된다”는 설명을 앞세운 뒤, “다만 기타 구조물이나 매설 배관의 결함으로 인한 누설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누설 여부를 판단하고자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기 중 삼중수소의 농축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이미 확인된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등에서의 유출은 오히려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답한 것이다. 이 답변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이 월성원전의 고농도 삼중수소가 원전 내부 공기에 있던 것이 농축됐을 가능성을 강조하며 ‘원전 괴담론’을 펴는데 활용됐다.
시민단체 원자력안전연구소의 한병섭 소장은 “킨스의 정기검사보고서는 한수원이 현장에서 인정한 내용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한수원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17일 원안위에 “바다 유출” 등 보고서 내용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원안위는 “킨스는 월성원전 정기검사보고서를 통해서 주요 구조물이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기검사 합격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보고했다”며 보고서 내용과 상충하는 답변을 했다.
이에 <한겨레>가 다시 킨스 쪽에 원안위 답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킨스 쪽은 “원안위에서 보고서 해당 내용에 대한 확인 요청이 들어왔다. 보고서 작성 실무자를 불러 확인하려 한다”고 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김민제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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