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원한 정인이, 가죽만 남았었다" 오열한 어린이집 원장

정인양 사건 2차 공판 증인 신문
어린이집 원장·사회복지사 증언
"정인이가 음식 안먹는다고 화내"
분노한 시민들 수백명 법원 집결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망사건 2차 공판이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시민들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법원 앞에서 입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정인이가) 너무 가벼웠고, 가죽만 남아있었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망사건 2차 공판이 17일 진행됐다. 어린이집 원장과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섰다.

■어린이집 원장, 사회복지사 증인 나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공판은 검찰이 신청한 증인 신문으로 이뤄졌다. 첫 증인으로 나선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양부모와 조부모 외엔 정인양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아동학대를 의심에 5월 첫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A씨는 이어진 두 번째 신고 이후 한 동안 정상등원을 하지 않던 정인양이 9월에 다시 등원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너무나 많이 변한 율하 모습을 보고 저만이 아니라 다들 너무 힘들어했다"며 "율하가 너무 많이 가벼웠고 무게감도 없고, 팔을 만져봤는데 살이 채워졌던 부분이 없어지고 가죽만 남아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9월 23일 정인양을 부모 몰래 병원에 데려갔고 당시 진찰한 소아과 의사가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3번째 아동학대 의심 신고였으나 경찰은 다른 병원의 구내염 진단을 거쳐 다시 내사종결했다. 당시 정인양은 같은 나이 다른 아이보다 800g에서 1kg 가량 몸무게가 적은 상태였다.

A씨는 정인양 사망 전날인 10월 12일 마지막으로 정인양을 보았지만, 이때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 검찰이 이유를 묻자 A씨는 오열했다.

A씨에 이어 증인으로 나선 B씨는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사회복지사였다.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이뤄진 뒤 수차례 장씨와 만나고 통화한 B씨는 장씨로부터 "아무리 (아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이에게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해도 씹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장씨 측 변호인은 B씨에게 "화가 난 상태로 전화했다는 건 먹이려고 했으나 먹지 않았다는 뜻 아닌가"하고 묻기도 했다.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정인양을 방치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 "양부모 살인죄로 엄벌해야"

이날 공판을 앞두고 불구속 상태인 안씨는 법원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지난 공판 당시 시민 수백명이 몰려 법정을 빠져나가는 안씨에게 욕설을 하는 등 험악한 상황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1차에 이어 2차 공판을 앞두고 다시 법원을 찾은 시민들은 양부모의 엄벌을 부르짖었다. 양모 장씨를 태운 호송차가 법원으로 들어가자 시민들은 목청껏 "사형"을 외쳤다.

한편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지난해 1월 안씨와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정인양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발견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