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몰서 투신 남성의 아내 靑청원 "과도한 업무·상사 폭언에 시달려"
지난달 서울 여의도 대형 복합 쇼핑몰 IFC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남성의 아내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A씨는 “남편이 평소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A씨의 남편은 지난달 15일 오후 4시 20분쯤 여의도 IFC몰 내 지하 1층에서 지하 3층으로 투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씨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얼마 전 IFC몰에서 극단적 선택한 사람의 아내입나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먼저 너무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일로 인해 놀라셨던 분들에게 남편을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남편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하려 글을 올란다”고 했다.
A씨는 남편의 회사가 서울시의 수주 사업을 하는 회사로 실제 참여하는 인원보다 더 많은 인건비를 받아 수익을 내는 곳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이직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회사에서 팀장으로 승진을 했다고 한다. 남편의 전임자들이 일을 힘들어 퇴사하면서 생각보다 일찍 승진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남편의 회사는 7명분의 인건비를 서울시로부터 받았으나, 전담 인원은 2명으로 진행했다”며 “마감기한을 맞추기 위해 남편은 야근 후에도 집에 와서 저녁도 먹지 못한 채, 하루 2~3시간의 잠을 잤고 그나마 잠을 자는 시간도 책상에 엎드려 불안감에 쫓기는 쪽잠을 자며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려 발버둥쳤다”고 했다.
이어 “밝았던 남편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갔고, 백수여도 좋으니 제발 그 회사를 그만두라는 가족들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A씨는 “하지만 회사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았는지 남편은 하루 만에 다시 생각을 바꾸고 ‘이번 프로젝트는 마무리하고 그만둬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망치면 꼬리표가 붙어서 다른 어느 곳에도 취직할 수 없다’라며 다시 퇴사를 고민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사망 당일 아침, 새벽까지 일을 하다 2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난 남편은 출근하기 전 딸의 얼굴을 한 번 쓰다듬고 마지막 출근을 했다”며 “그 모습이 마지막인줄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출근하지 못하게 할 걸,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서라도 잡아둘 걸, 하루에도 몇 번씩 그날로 돌아가 후회를 하게 된다”고 했다.
A씨는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유서조차 남기지 않은 남편의 사망 이유를 알고 싶어 남편의 핸드폰을 살펴보게 됐다”고 했다. 남편의 핸드폰에는 서울시 담당자와의 통화내용이 녹음돼 있었다고 한다. A씨의 남편이 ‘제시간에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실패하면 어찌하느냐’고 묻자, 시 담당자는 “지금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으며 그 경우 손해배상을 요청할 것이고, 앞으로 정부 사업은 못 할 것”이라고 답한다. A씨는 “그 대답에 남편은 한참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내가 해결해 보겠다’고 말한 지 며칠 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했다.
A씨는 “하나의 프로젝트만으로 과다한 업무량이었음에도, 다른 생소한 프로젝트를 맡게되면서 담당자의 재촉전화에 괴로워 했다”며 “남편은 평소 업무지시자가 많고 업무량도 많기에 중요한 회의나 통화내용은 녹취해 놓는다고 해왔다. 덕분에 저는 남편의 슬픈 사망 이유를 알게 됐다”고 했다.
A씨는 남편이 상사의 폭언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남편의 상사가)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며 회사에 와서 히스테리를 부리거나, ‘뇌가 없다’ ‘팀장 자격이 없다’ 등의 발언과 남편을 투명인간 취급하기도 했다”고 썼다.
A씨는 “회사 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회사 측의 업무 과중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사건이 확대되면 고인의 잘못이 드러날까봐 두렵다고 유족을 협박하기도 했다”며 “그런 식으로 시간을 끌고 사건을 은폐시키기 위해 유족에게 협조적인 척 가증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유지해 가야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해 하루 4시간의 아르바이트밖에 할 수 없는 저에게 남편이 죽은 그 그 회사에 나와 청소업무를 하고 월급을 받는 방식을 제시하며 미적거리며 시간을 버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어린 딸에게, 아빠가 회사의 비합리적인 업무구조로 인해 너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아빠를 기다리는 딸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며, 삶의 전부였던 남편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하루하루가 막막하고 두렵다”고 했다.
A씨가 올린 청원글은 17일 오후 4시 30분 기준으로 5000여 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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