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허위공시인가 아닌가..논란 핵심은?

김재은 2021. 2. 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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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3상 치료제 리보세라닙, 1차 지표 유의성 도달 못해
전문가 등 전체 데이터 분석이후 성공가능성 확신
오는 24일 증선위서 제재 논의..검찰로 넘길 가능성↑
△에이치엘비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에이치엘비(028300)가 경구용 위암치료제 리보세라닙 임상 3상과 관련한 허위공시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바이오주들이 이틀째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에이치엘비 역시 17일 반등세로 출발했지만 결국 전날보다 6.02%(4000원) 하락한 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당국발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의혹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에이치엘비 관련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24일 열릴 예정이다.

논란 1. 실패인데 성공으로 둔갑?

이번 허위공시 논란의 핵심은 무엇일까. 금융당국은 2019년 6월에는 리보세라닙 임상 3상에 대해 실패로 인식해놓고 9월말 이를 성공으로 번복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 주가를 띄우기 위해 허위공시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2019년 6월 27일 진양곤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나온 수치로 통계적 유의성 분석 결과 임상 최종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임상 3상 전체 데이터가 아니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이는 이번 임상 결과로 신약허가 신청이 어려울 것이란 점을 시사했고, 시장에선 임상 실패로 받아들였다.

8월 5일엔 임상 3상 데이터 관련 전문가들 견해와 의견을 종합해 유럽암학회(ESMO)에 논문을 제출하고, 9월 말에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진 회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전체 데이터를 확정하고 분석한 결과 임상학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다수의 지표들을 확인했다”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거쳐 신약허가 신청을 목표로 사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차 지표인 총생존기간(OS)에선 통계적 유의미성 확보에 실패했지만, 2차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등에서 타 경쟁약물대비 효능이 뛰어났다는 분석이다.

2019년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암학회(ESMO) 현장사진
당시 회사측은 신약허가신청(NDA)을 위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와의 프리 NDA 미팅을 10월 중순경에 진행하고, 리보세라닙의 3상과 관련한 전체데이터는 9월 말에 개최되는 유럽암학회(ESMO)에서 공개된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사전 공개하지 않는다는 ESMO와의 개런티 조항 때문이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전체 데이터를 최종 분석한 결과 임상학적으로 의미 있는 다수의 지표를 확인함으로써 임상지연이 아니라 오히려 신약 허가신청으로 방향성이 확정되었음을 발표하게 됐다”며 “다시 한번 글로벌 항암제로서의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9월 29일 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 글로벌 3상 임상시험 성공을 발표했다. 리보세라닙 임상 3상 관련 논문은 ESMO 베스트 논문으로 선정됐고, 주가는 폭등세를 보였다. 특히 당시 주가 상승세엔 공매도 숏커버링 물량이 더해지며 탄력이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2. 자의적 해석? “전문가들 견해 반영한 것”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9월 29일 이후 10월에 진행된 미국 FDA와의 프리NDA 미팅 서류자료다. 이 자료에는 같은 해 6월 진양곤 회장이 밝힌 것처럼 ‘1차 지표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내용이 언급된 것이다.

‘실패(Fail)’라고 명시돼 있는데 성공한 것처럼 호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에 대해 진양곤 회장은 3가지로 반박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16일 FDA 임상 결과 허위 공시 혐의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에이치엘비 유튜브 화면 캡처)
그는 “1차로 서류를 제출하고, 2차로 대면미팅을 진행한다”며 “1차 유의성 지표에 도달하지 못해 NDA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서류에 써 있지만, 2차대면 미팅에서 추가 자료를 제출하니 보완해서 다시 미팅을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임상 실패라면 추가 자료를 요청하거나 보완하라는 지시가 필요없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로는 금융당국의 판단처럼 임상 3상 실패가 맞다면, 이같은 임상 3상 결과를 담은 논문이 유럽암학회(ESMO)에서 베스트 논문에 선정된 것도 어불성설이다.

마지막으로 리보세라닙은 2015년이후 중국에서 ‘아이탄’이란 이름의 위암치료제로 판매중이고, 지난해에만 5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리보세라닙은 지난해 10월 한국과 이스라엘에서 약효의 효능이 관찰돼 환자 치료목적의 사용승인이 난 상태다.

진 회장은 “이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서 발표한 게 자의적인 해석이라면 어떤 게 객관적인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검찰 통보 가능성 높아…불확실성 지속 우려

에이치엘비발 허위공시 논란 속 바이오주 투자심리가 크게 얼어붙고 있지만, 오는 24일로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가 열릴 지는 미지수다. 에이치엘비 관련 안건은 이미 수차례 미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와 라임사태 제재 등이 이유였지만, 적어도 석 달 이상 늦어지고 있다.

에이치엘비 허위공시 논란과 관련해 과거 불공정조사를 담당했던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증선위의 관례상 자조심에서 올라온 제재 안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전례가 거의 없어 이에 대한 판단을 검찰에 넘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이런 식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사례”라고 말했다.

진양곤 회장은 “최종 단계가 어디까지 가더라도 관련 사실에 대한 소명에 자신이 있다”면서도 “현재 불확실성으로 인해 회사, 주주에 많은 피해가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른 판단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재은 (alad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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