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 류현우' 장인 이례적 TV 출연시켜..정상국가 선전의도

연규욱 2021. 2. 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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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금고지기' 건재 과시 왜
딸·사위 탈북했는데도..
'류현우 장인' 전일춘 내세워
"탈북민 가족 안 해쳐" 알려
"류현우에 간접 경고" 해석도
리설주, 1년만에 공개석상에

한국 망명 사실이 최근 공개된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북한 대사대리의 장인이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통치 자금을 관리해온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이 북한 방송에 등장했다. 류 전 대사대리의 망명이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상황 속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전 국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방송에 전 전 실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외 언론을 통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견해를 적극 밝히고 있는 류 전 대사대리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조선중앙TV는 16일 '회고 방송 시간-학창 시절에 보여주신 숭고한 도덕 의리의 세계'라는 방송을 통해 전 전 실장이 기억하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학창 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방영된 방송이었다.

김정일 위원장과 평양 남산고등중학교(중·고교 과정) 동기인 전 전 실장은 방송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1960년 7월 남산고중 졸업을 앞뒀을 때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는 담임선생님과 저희와 함께 대동강가에 나오셔서 대동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1999년 1월에 저를 친히 부르시고 '김형남 선생님 생각이 요즘 자주 난다. 미망인이 가족하고 살고 있겠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동무가 나를 대신해서 한번 찾아가 보아라'고 간곡히 말씀했다"며 "바쁘신 속에서도 담임선생을 잊지 않으시고 관심을 두고 계시는가 해서 저는 심한 양심상 가책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전 전 실장은 지병 등을 이유로 2017년 말께 현직에서 물러났다. 공개석상에 모습이 드러난 것은 2017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전 전 실장의 사위인 류 전 대사대리는 2019년 9월 아내·딸과 함께 한국 땅을 밟은 뒤 서울에서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이날 북한 방송은 표면적으로 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맞아 그를 찬양하는 선전 방송에 동기인 전 전 실장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류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망명한 사실이 드러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그의 장인인 전 전 실장을 방송에 내세운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류 전 대사대리의 망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족인 전 전 실장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에 정상 국가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탈북 후 북에 남겨둔 형제자매 3명, 83세 노모, 고령의 장인·장모가 처벌을 받을까 하는 게 유일한 걱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CNN은 "북한에 가족을 남겨둔 채 망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탈북자 가족을 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기적으로 보면 류 전 대사대리에 대한 간접적·우회적 경고 메시지임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핵무기가 생존의 열쇠라고 믿기 때문에 비핵화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핵무기를 모두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해 김정은 정권과 관련한 부정적 발언을 이어갔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 같은 류 전 대사대리의 공개 발언이 불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인을 노출시키면서 '무언의 협박'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북한 당국 의도를 통일부가 대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1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 부인인 리설주 여사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김 위원장과 함께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열린 광명성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 리 여사는 1년 넘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임신설과 신변 이상설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온 바 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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