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입법 폭주하는데..'세갈래' 경제단체 힘 못쓰고 속수무책

한우람 2021. 2. 17. 17: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단체 통합론 왜 나오나
상의는 규제·경총 노사관계
전경련은 정책제언 '제각각'
이슈 터져도 공동대응 못해
손경식 회장 제안으로 시작
집단지도체제 후 순차 통합
사단법인 회원 동의가 관건
법률적 검토도 넘어야할 산

◆ 경제단체 통합론 급물살 ◆

기업 규제 강화와 노사관계 악화로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단체 통합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왼쪽)과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이승환 기자]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으로 분산된 경제단체 통합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규제 입법은 강화되고 고질병으로 꼽히는 노사 관계는 악화되고 있는 반면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장기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단체 간 거버넌스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한목소리' 내는 것을 출발점으로 한 뒤 궁극적으로 경제단체 간 물리적 통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단체 통합론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국회의 입법 독주다.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기업규제 입법이 이어졌고 특히 노동조합법 개정 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재계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는 통렬한 내부 반성이다.

2002년 일본의 전경련과 경총이라 할 수 있는 게이단렌과 닛케이렌의 통합은 국내 경제단체 통합론이 참고할 만한 배경이다. 통합 이후 게이단렌 위상이 오르며 그만큼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재계의 목소리 반영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노사 관계가 당시 일본 대비 불안정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민주노총의 입지가 강해지면서 노사 관계 관련 정책에서 힘의 균형이 노조 측으로 급격하게 기울고 있다"며 "국내 대표 경제단체로 떠오른 대한상의가 노사관계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약해졌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경제단체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이 나뉘어 있는 형태다. 기업 입법 및 규제에 대한 대응은 공통업무로 해나감과 동시에 대한상의는 규제 해소 및 상공인 교육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고 경총은 노사 관계 문제 해결, 전경련은 경제 및 기업 정책 제언 기능에 특화돼 있다. 이처럼 역할 분담이 자생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목소리 힘은 떨어지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경제단체 통합 시나리오는 순차 통합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첫 번째로 이뤄지는 통합은 경제단체 공동위원회 구성이다. 각 단체 회장과 더불어 실무 총책임자인 상근부회장들이 단체로 모여 경제계 현안을 논의하고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을 택하는 방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규제 입법 과정에서 정치권이 경제단체와 선별적으로 대화하는 전략을 펼쳐 이를 각개격파하는 방식을 취했다"면서 "단일 목소리를 내며 공동 대응에 나섰을 경우 적어도 국회가 일방통행식 입법에 쉽사리 나서진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단계는 업무별 부분통합이다. 일본 게이단렌 통합 과정에서 채택했던 방식이다. 최종 단계는 경제단체 간 물리적 통합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재로선 단체별로 회원사들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까닭에 당장 통합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단체 통합을 위한 회원사와 사회의 컨센서스 정리 과정이 이뤄질 경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사 동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대한상의, 경총, 전경련은 모두 형식상 사단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단법인은 민법상 조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총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총회 통과를 위한 찬성률은 단체별 정관으로 규정돼 있는데 합병을 위한 총회 찬성률 수준은 참석 회원사 3분의 2 이상 수준으로 높게 규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에 넘어야 할 문제는 법률 이슈다. 경총과 전경련은 사단법인으로 민법의 적용을 받는다. 민법에는 사단법인 간 합병에 관한 조항이 특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총회 의결을 통한 합병 작업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다만 경총과 전경련 사단법인 주무부처가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다르다는 점은 변수다.

관련 규정이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형식상 주무부처가 사단법인 인허가에 찬반 의견을 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단법인이지만 대한상의는 통합을 위해선 별도의 법률 검토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가 다른 경제단체와 달리 상공회의소법이라는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법정 경제단체이기 때문이다.

[한우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