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미투' 연일 터지는데 교육부는 '느긋'.."이슈 찾아봐야"

장지훈 기자 2021. 2. 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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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와 관련 논의 시작 단계..개선 방안 만들 것"
학교 현장에선 "운동부 학폭 가해자는 출전 정지 등 징계해야"
© News1 DB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여자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최근 폭로된 이후 스포츠계 '학폭 미투'(학교폭력 고발)가 잇따르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학생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학교체육지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학생선수 인권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학생선수 간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은 미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체육계에 따르면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다영 자매가 과거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자매는 지난 15일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정정지 징계를 받았고 프로배구 다른 팀 선수나 농구·야구 등 다른 종목 선수에 대한 학폭 미투도 지속해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6일 학교폭력 등 인권 침해 사안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한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교육부와 협의해 학교운동부 징게이력을 통합해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조치는 과거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한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학교운동부 학교폭력을 근절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반복된 '전수조사 방침 발표'와 '예방교육 강화' 등 관행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교육부는 학생선수 인권보호 강화 방안을 통해 학교체육지도자가 폭력을 행사해 해임 등 징계를 받으면 대한체육회나 경기단체에 통보해 지도자 자격을 정지 또는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 학교폭력 피해를 조기에 발견하도록 실태조사를 연 1회 이상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학생선수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도록 대회나 훈련 참가를 위한 결석 허용일수를 줄이고 교과성적과 출결 등을 반영해 체육특기자 선발이 이뤄지도록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학생 간 폭력을 막을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았다.

박정현 인천만수북중학교 학교폭력담당부장교사는 "학교운동부는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기본적으로 깔린 데다 선후배 문화가 강해 훈련이나 정신강화 명목의 학교폭력이 만연해 있다"며 "학교운동부 학교폭력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데도 교육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해 단위학교에서 출전 정지 등 징계를 내리거나 전학 등 조치를 취해도 학교를 옮겨가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데다 대회가 열리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시 마주치는 일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사는 "교육부가 관계당국과 협의해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경우 학교를 옮겨도 경기나 대회에 나가지 못하도록 조치한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분리하는 효과가 있을뿐 아니라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교육부는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실태조사만 거듭하고 유사한 대책을 나열식으로 제시해 왔다"며 "학교운동부 학교폭력 문제는 결국 엄격한 선후배 문화와 성적지상주의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다만 부처별로 관련 이슈를 발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해 대책 발표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마련한 학생선수 인권보호 강화 방안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관련 부처와 추가적인 이슈를 발굴해서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며 "가해 학생의 경기 출전 정지 등 징계를 내려 피해자와 분리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자는 의견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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