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공주 화장실서 SOS "아버지가 빌라 감옥에 가뒀다"

신아형기자 2021. 2.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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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인질이다. 이 빌라는 감옥이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국왕이자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의 딸 라티파 공주(36)는 영상에서 창백해진 얼굴로 숨죽이며 말했다.

그동안 두바이 왕실은 "라티파는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지만 이번 영상으로 공주가 부친의 지시로 3년 가까이 주택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BBC가 공개한 영상은 라티파 공주가 두바이로 잡혀 온 후 스스로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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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인질이다. 이 빌라는 감옥이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국왕이자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의 딸 라티파 공주(36)는 영상에서 창백해진 얼굴로 숨죽이며 말했다.

영국 BBC 탐사 프로그램 파노라마팀은 2018년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라티파 공주가 직접 촬영한 여러 영상들을 16일 공개했다. 그동안 두바이 왕실은 “라티파는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지만 이번 영상으로 공주가 부친의 지시로 3년 가까이 주택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라티파 공주는 매번 화장실 모퉁이에 앉아 영상을 찍었다. 그는 “빌라 내 화장실이 유일하게 문을 잠글 수 있는 곳”이라고 속삭였다. 이어 “빌라 밖에는 경찰 5명, 안에는 여경 2명이 감시하고 있다. 창문은 잠겼고 공기를 쐬러 나가지도 못한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 그는 초췌한 기색으로 “매일 나의 안전과 삶을 걱정한다. 내가 언제까지 이 상황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국왕의 25명 자녀 중 한 명인 라티파 공주는 2018년 2월 “아버지가 내 자유를 억압한다. 차라리 햄버거 패티를 굽는 삶을 살겠다”며 미국으로의 탈출을 시도했다. 브라질 전통무술 카포에이라를 가르쳐주던 핀란드인 친구 티나 야우히아이넨의 도움으로 아라비아해를 건너 인도를 통해 미국으로 망명할 계획이었지만 탈출한 지 8일 만에 바다 한가운데서 UAE 특공대에 붙잡혔다.

BBC가 공개한 영상은 라티파 공주가 두바이로 잡혀 온 후 스스로 촬영한 것이다. 탈출을 도왔던 친구 티나가 공주의 안전을 위해 방송국에 영상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라티파 공주는 2002년 17세 때도 자유를 찾아 국외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3년 4개월 동안 구금된 바 있다.

그는 4년 전 붙잡혔을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영상에서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특공대원이 군복 무늬의 주머니를 가져오더니 내 팔에 주사기를 꽂았다. 그가 나를 붙잡아 들어 올렸고 나는 발로 차며 반항하다가 남성의 팔을 최대한 세게 물어 흔들었다”고 회상했다. 공주는 “특공대원이 투약한 약물에 의식을 잃었고 들것에 실려 두바이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국왕은 두바이를 화려한 국제도시로 성장시킨,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지도자 중 한 명이지만 여전히 UAE 여성들은 보수적인 아랍 법과 문화에 시달리고 있다. 국왕의 족쇄에서 벗어나려 한 가족은 라티파 공주만이 아니다. 라티파 공주의 언니인 샴사 공주도 2000년 영국에서 탈출하려다 붙잡혔으며 하야 공주는 2019년 자녀 2명과 함께 영국으로 망명했다.

신아형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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