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인사案 재가하고 신현수 사의 만류한 文..무슨 생각일까

김상훈 기자 2021. 2. 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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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민정수석과 조율 안끝난 법무부안 '재가'.."朴 직보받고 상황 제대로 몰랐을 수도"
문대통령, 신 수석 사의 만류 중..검찰 중간간부 인사 통해 입장 정리할지 주목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2020.12.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최근 법무부의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배제된 데 이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이견을 보인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여권과 검찰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 발탁 등으로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 협조관계를 도모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만간 이뤄질 법무부의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신현수 수석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놓고 박범계 장관과 이견을 보인 끝에 몇 차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과 법무부 견해가 달라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신현수 수석이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류했고, 이후 단 한 차례 회의에 빠진 일이 없다. 거취 문제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은 지난 7일 박범계 장관이 추미애 전 장관 시절 임명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는 등 검사장급 고위 간부 4명의 인사를 단행한 직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검찰측 의견을 반영해 이견을 조율하려는 신 수석과 갈등을 빚은 끝에 조율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부안을 밀어붙여 대통령 보고 및 재가를 거쳐 법무부안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부분은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조율이 진행되는 중에 보고된 박 장관의 인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다는 점이다.

만일 검찰측 의견을 반영하려는 신 수석이 박 장관의 법무부안에 이견을 갖고 있는 상황을 문 대통령이 인지한 상황에서 법무부안을 재가한 것이라면 신 수석을 통해 조율되던 검찰측 의견을 문 대통령이 직접 배제한 셈이 된다.

이번 사태 배경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를 접한 문 대통령의 '격노'가 자리잡고 있다는 추측도 이런 맥락과 연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한 신 수석을 한사코 만류했다는 점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백운규 전 장관 영장 청구와 검찰 인사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백 전 장관 구속영장에 대한 (대통령의) 격노가 출발인 것처럼 보도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대통령께서 뭐라고 하신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선 박 장관이 이견을 보이는 신 수석을 배제하고 대통령에게 법무부안을 직접 보고(직보)해 재가를 얻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 인사안이 신 수석과의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재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과정에 대해 "박 장관이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박 장관의) 의지대로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재가는 있었던 것"이라고만 말했다. 청와대는 박 장관의 직보 여부나 문 대통령의 상황 인지 여부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인사안 등 문서는 수석실을 경유해 대통령에게 가게 돼 있지만, 보고 경로는 많다"라며 "법무부안이 대통령에게 보고가 된 후에 박 장관이 추가 설명 등을 위해 별도로 보고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설이 돌던 초기부터 신 수석은 박 장관이 자신과의 논의를 건너뛰고 일방적으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한 데 대해 주변에 "자존심이 몹시 상한다"며 고민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 수석은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다. 당시 신 수석의 발탁은 추 전 장관과 윤 총장 간 장기간 충돌을 봉합하고, 검찰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실제 문 대통령은 신 수석 발탁 직후인 지난달 18일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윤 총장을 감싸기도 했다.

검찰의 고위 간부 인사가 이번 갈등을 촉발한 계기가 된 만큼 문 대통령이 향후 박 장관과 신 수석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교통정리할지도 주목된다. 당장 이르면 이달 중 예정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검찰과 신 수석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이미 추 전 장관 때 검찰과의 충돌로 대국민 사과 메시지까지 내놓은 적 있는 만큼 검찰과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것을 방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번 '검찰 갈등' 이슈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확인을 해준 것도 더 이상 관련 이슈가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욱이 당장 눈앞에는 오는 26일 백신 접종부터 4차 재난지원금 지급까지 민생 이슈가 산적해 있는 터라 '검찰 갈등' 국면이 재발되는 것은 향후 국정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청와대는 '조국 라인'으로 꼽히는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신 수석의 갈등 프레임 등 민정수석실 내 불화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이번 검찰 인사를 놓고 신 수석과 의견이 다른 이 비서관이 신 수석을 제치고 법무부와 인사를 조율했다는 보도 등이 나왔기 때문이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내부 이견은 없었다"며 "이 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의 편을 들고 민정수석을 패싱해서 사표에 이르게 됐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awar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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