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車 '빅2'도 멈춰세운 기록적 혹한.."수조원 손실 기상재난 덮쳐"

주용석/정영효/선한결 2021. 2. 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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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분의 3이 눈에 덮여..2000여곳 역대 최저기온 경신
월마트 매장 500곳 일시폐쇄..항공기 하루 2600편 결항
원유·정제유 생산도 잇단 중단..WTI 1년만에 60弗 돌파

북극 한파가 미국 경제를 강타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엑슨모빌 등 대표적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하면서다. 인명 피해와 정전 사태도 속출했다. 이번 한파는 지구 온난화로 찬 북극 공기가 미 전역에 남하하면서 빚어진 결과로 ‘기후변화의 역습’이란 지적이 나온다.

CNN은 16일(현지시간) “지난 1주일간 전국 2000여 곳에서 역대 최저기온 기록이 깨졌다”고 보도했다. 평소 눈을 구경하기 힘든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선 기온이 영하 11도(이하 섭씨)까지 떨어졌다. 1895년 이후 126년 만의 최저기온이다. 콜로라도주 유마는 영하 41도, 캔자스주 노턴은 영하 31도까지 내려갔다.


미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은 미국 본토의 73%에 눈이 쌓였다고 밝혔다. 18년 만에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렸다. CNN은 이번 한파로 지금까지 최소 19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미 기상청은 주말인 20일까지 혹한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날 한때 2억 명의 미국인에게 겨울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텍사스, 캔자스주 등은 비상사태나 재난상황을 선포했다. 일부 지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중단됐다.

한파로 발전소가 멈추면서 정전 사태도 이어졌다. 텍사스, 오리건, 켄터키, 버지니아 등 18개 주에서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이 중 텍사스주가 430만 가구로 가장 피해가 컸다.

기업들도 혹한과 전력난으로 타격을 받았다. 월마트는 고객과 직원 안전을 위해 500개 이상의 매장을 일시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GM은 테네시·켄터키·인디애나·텍사스주 공장을 멈췄고, 포드는 캔자스시티 공장 문을 닫았다. 다임러트럭은 댈러스와 멤피스의 부품 유통센터를 임시 폐쇄했고 폭스바겐은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인디애나·켄터키·미시시피·텍사스 공장에서 일부 근무를 단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눈보라로 직원들의 출근이 어렵고 출근해도 정전, 천연가스 부족, 단수 등으로 공장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페덱스는 일부 도시에서 배송 차질을 빚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약 2600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에너지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로이터통신은 유전 지대인 텍사스 일대에 한파 피해가 집중되면서 하루 400만 배럴의 정제유 생산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전체 정제유 생산량의 21%에 달한다. 미국 내 최대 정제유 생산업체 모티바 엔터프라이즈는 텍사스 포트아서에 있는 하루 60만 배럴 규모의 정제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로열더치셸과 엑슨모빌, 토탈도 정유공장을 닫았다. 아미타 센 에너지퍼폼스 석유부문 선임애널리스트는 “생산 감소폭이 커 2월 말까지 생산량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여파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종가 기준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했다. 에너지 정보기업 우드멕켄지에 따르면 텍사스에선 지난주 100만BTU(영국 열단위)당 4달러였던 가스 가격이 999달러까지 올랐다.

농산물·육류 시장도 피해를 봤다. 혹한으로 중남부 농업지대에서 북서부 항구까지 곡물 유통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블룸버그는 “우유 등 일부 생산품은 얼거나 유통이 막히면서 제품 폐기 사례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농산물 가격은 뛰었다. 5월 인도분 밀가격은 부셸당 6.4525달러로 전날보다 3.7% 올랐고 5월 인도분 옥수수는 2.5%, 5월 인도분 대두(콩)는 1.6% 상승했다.

기상학자 타일러 몰딘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한파는 올해 들어 첫 조 단위(10억달러 이상) 기상재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

이번 한파는 평소 제트 기류에 갇혀 있던 찬 북극 공기가 온난화 여파로 미 전역에 남하한 결과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 대처에 더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선한결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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