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5년만 등판 네이버에 1.3조 몰려..회사채도 '하이킥'
AA+ 금리스프레드 부담에도 우량채 사자 행진
'신용 부담' 한진칼도 1,000억 원 투자수요 확보
4% 고금리에 개인투자자·하이일드 펀드 매수세↑
네이버가 회사채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5년 만에 시장 자금 조달을 재개하면서 모집액의 3배가 넘는 뭉칫돈을 끌어모았다. 국내외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이어가는 등 회사의 성장성과 안정성을 눈여겨본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한진칼(180640)도 회사채 수요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BBB로 낮은 신용 등급에 '부정적' 전망까지 붙었음에도 4%대 고금리를 눈여겨본 개인 투자자들과 하이일드 펀드의 사자세가 몰렸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 모집액(4,000억 원)의 3배가 넘는 1조 2,700억 원어치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000억 원씩 발행하는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4,900억 원, 7,800억 원이 들어왔다. 특히 5년물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금리를 낮췄다. 최근 3년물 회사채 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투자 유인이 줄어든 탓이다. AA+등급 회사채의 금리 스프레드(동일 만기 국고채와의 금리 차)는 16일 기준 22.5bp(1bp=0.01%포인트)로 역대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채보다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에 투자해도 이자율이 연 0.22%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채권 가격은 그만큼 상승해 추후 유통 거래시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진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AA+등급 3년물 회사채는 더이상 금리 스프레드가 낮아지기는(=가격이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5년물은 장단기 스프레드가 벌어지면서 절대금리가 높아 3년물 대비 투자 매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오랜만에 시장에 나오는 물건인 만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이번 발행에서 기업의 개별 금리가 아닌 신용 등급(AA+) 평균 금리를 제시했다. 5년 만의 발행이다 보니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시장의 유통물(만기가 남은 기존 회사채)이 없어서다. 한 대형 증권사의 회사채 담당 임원은 "네이버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회사이기 때문에 같은 AA+급 가운데서도 금리가 낮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신용 등급 평균 금리를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투자자로서는 좀 더 싼 가격에 매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BBB’등급인 한진칼도 1,000억 원 모집에 1,520억 원의 투자 수요를 확보했다. 수요가 넘치면서 발행 금리는 회사가 제시한 희망 금리보다 20bp 낮은 3.19%선으로 결정됐다. 한진칼은 최대 1,500억 원까지 증액 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한진칼의 신용도는 10개의 투자 적격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여기에 ‘부정적’ 전망도 붙어 추후 ‘BBB-’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회사채 시장이 보수적으로 돌아섰던 지난해 한진칼은 시장 자금 조달을 중단하고 금융 기관 대출과 정부 지원에 기대 현금을 확보했다.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던 탓이다.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역대 최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주식 대비 안전하고 수익성이 좋은 회사채를 찾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지난해 일몰 예정이었던 하이일드 펀드의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연장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자산의 45% 이상을 BBB+ 등급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 기업 주식 등에 투자하면 공모주 배정 물량의 5%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호황을 누리자 비우량 채권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BBB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 가운데 회사채를 발행하는 곳은 한진칼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세네 곳 정도”라며 “A급 이하 회사채가 없어서 못사는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물량을 꼭 받아가야 하는 투자자들이 금리를 낮게 써내 발행 금리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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