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 부장판사 "김명수 '거짓말' 심각하나 사퇴는 다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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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사태와 관련해 현직 부장판사가 "핵심적인 법적 가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김 대법원장의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법부 수장인 김 대법원장이 국회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그 자체만 보면 사퇴 논의를 이해 못할 건 아니다"면서 김 대법원장의 처신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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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사퇴론'에 현직 법관 첫 입장 표명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사태와 관련해 현직 부장판사가 “핵심적인 법적 가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김 대법원장의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퇴 이후’를 생각해 볼 때, 어쩌면 사법부 독립이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여당이 뒤늦게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 소추를 한 것도, 야당이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김 대법원장을 형사고발한 것도 모두 ‘정치적’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동진(52ㆍ사법연수원 25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올린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 논의에 대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이 밝혔다. 최근 사태와 관련, 3명의 부장판사가 코트넷에 게시글을 올린 바 있으나 현직 법관이 ‘김 대법원장 사퇴론’을 직접 거론하면서 실명으로 입장을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장판사는 우선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 사이의 사태로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초래된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법부 수장인 김 대법원장이 국회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그 자체만 보면 사퇴 논의를 이해 못할 건 아니다”면서 김 대법원장의 처신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야권과 보수단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는 ‘김명수 사퇴론’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김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핵심적인 법적 가치를 위반했지만, 그가 사퇴하는 게 바람직한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퇴 여부 자체보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사퇴는 결과적으로 사법행정위원회 또는 사법평의회의 위상 및 권한 강화로 변화하는 디딤돌이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법원장이 사퇴한 다음 정치권 등이 법관들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주장하며 사법행정위원회나 사법평의회 권한 확대를 입법화하고, (이들 회의체가) 대법관·법원장 등 고위법관에 대한 주요 인사권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에 여러분은 동의하냐”고 반문했다.
사법평의회와 사법행정위원회는 2017년 사법농단(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국회 등에서 법관인사권ㆍ사법행정권을 개혁하겠다면서 ‘법원행정처의 대안’으로 내놓은 기구다. 하지만 당시 법원에선 “민주적 통제 확대라는 취지와 달리,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해 사법부와 법관ㆍ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현재 한국 사회는 정치적 권력 투쟁의 늪에 빠져 있다”며 여야 정치권 행보를 모두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 사법개혁 요구가 분출한 2018년 당시 국회가 탄핵절차를 단행했다면 본연의 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2년이 지나고 정치적으로 미묘한 상황에서 갑자기 탄핵소추권을 발동한 건 결코 ‘법치주의’ 및 ‘재판독립’이라는 헌법상 순수한 가치를 지향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야당 역시 사퇴 논의나 요구를 넘어 대법원장 형사 고발까지 단행한 것은, 정치권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가 1개월 보름 남짓 앞둔 상태를 고려하면 이 역시 ‘사법권 독립’이라는 헌법상 순수한 가치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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