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받고 나가라" 초유의 투기방지책 고집하는 정부 왜?

권화순 기자 2021. 2. 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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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정부의 연이은 강도 높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대표적 외곽지역으로 꼽히는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3.3㎡당 3000만원을 돌파했다.

"'현금청산' 안 내놨으면 이미 빌라·다세대값 난리났다. 누가 책임질텐가"(정부관계자)

2·4 공급대책에 포함된 '현금청산' 원칙을 두고 "재산권 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예외를 두는 즉시 빈틈을 노리고 '투기유입→가격급등→공급 무산' 수순을 밟을 수 있어 '배수의 진'을 쳤다.

입법 과정에서 국회에서 수정안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수정안으로 공급계획이 무산되면 국회가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점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절대 후퇴 없다.. 예외 꺼낸 쪽이 실패 책임져야", 여당 이번주 '현금청산' 법안 발의
17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19일쯤 2·4 대책 후속으로 공공주택특별법, 도시정비법, 소규모정비법, 도시재생법, 토지보상법, 토지이용규제기본법, 주택도시기금법, 주택법 등 8개 개정안을 무더기 발의할 예정이다. 대책발표일(4일) 이후 집을 사면 현금청산 원칙이 이들 법안에 들어간다.

입법 과정에서 대출규제와 비슷하게 이직·교육·부모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개발이 늦어져 장기 실거주한 사람에겐 '우선입주권'을 주는 예외조항이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투기세력은 해당 지역을 사 놓고 기다리기 때문에 현금청산 원칙을 유지하려는 정부 입장이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강제수용이나 현금청산은 원래 있던 방식인데 정부가 이를 너무 부각시켜서 시장 반감만 더 샀다"고 꼬집었다. 야당인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이 정한 사유재산 침해기 때문에 수정안, 대안 모두 100% 반대한다"며 입장을 분명해 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집값을 잡으려고 대책을 내놨는데 예외규정을 두면 공급은 무산되고 집값만 폭등한다"며 "절대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하면 실패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수정안을 쉽사리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기부터 현금청산 '카드' 확정한 정부, "현금청산 안 꺼냈으면 벌써 가격 급등했다"
현금청산, 토지 강제수용이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공급되는 주택에 적용하고 있고 이번 대책보다 강제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주민 동의도 필요 없고 공공이 일방적으로 지구지정을 하며, 원칙적으로 현금청산만 한다. 실거주자에게 우선입주권을 주지만 이는 플러스 알파(+α) 성격의 혜택에 불과하다.

다만 이런 방식의 개발은 대부분 종전엔 도시 밖 신규택지에 주로 적용해 왔다. 서울 도심 복판에 공공이 아닌 민간 소유 땅에 대규모 주택을 짓는 것은 2·4 대책이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땅이 민간 소유이다 보니 정부는 3분의2의 주민 동의를 받도록 했고 비거주자도 1가구 1주택 기준으로 1개의 우선 입주권을 주기로 했다. 토지주엔 기존 방식의 개발 대비 30%포인트의 추가 수익도 보장한다.

문제는 이런 혜택을 노리고 들어오는 투기세력을 막지 못하면 대책이 실패한다는 점이다. 자칫 이명박 정권 때 서울 전역을 들썩거리게 한 '뉴타운 개발' 악몽을 되풀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대책 마련 초기부터 성패는 투기 차단에 달려 있다고 보고 현금청산에 대한 꼼꼼한 법적 검토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대책발표일(4일)을 기준으로 현금청산 방침에서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선택권 주거나 단기 매매시 양도세 폭탄 등 대안 거론".."가격급등 못막아" 한계
민간 전문가들은 "꼭 이 방식이어야 했냐"고 비판한다. '쌍팔년도 불도저식' 대책이라 꼬집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강제로 현금청산을 시키기보다 현금청산할 것이냐, 처분 안하고 오래 살거냐 선택권을 주면 시장 반발이 줄고 투기세력 차단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신규 매입자에게 5년 이내 처분시 양도차익의 대부분을 환수하면 된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만으로 실수요를 구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 기존 정비구역처럼 지구지정일을 입주권 부여 기준일로 둬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가격급등을 막을 확실한 방법은 아니란 점에서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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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김민우 기자 min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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