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감금"..해외도주 실패 후 사라진 두바이 군주 딸의 폭로
2018년 미국으로 탈출 중 붙잡혀..군주 "개인적 문제" 비판 일축
유엔, UAE에 문제제기 예정 시사.."인권위가 조사착수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2018년 해외 도주를 시도했다가 해상에서 붙잡힌 후 종적을 감췄던 두바이 통치자의 딸이 지난 2년간 비밀리에 녹화한 영상이 공개됐다.
그는 영상에서 자신이 외부 접촉을 차단당한 채 '감옥' 같은 곳에 인질로 잡혀있다고 폭로해 파장이 예상된다.
영국 BBC방송은 16일(현지시간) 방영한 다큐멘터리 '사라진 공주'에서 이 영상들을 공개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71)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의 딸인 라티파(35)는 화면 속에서 "지금 나는 화장실에서 녹화하고 있다. 문을 잠글 수 있는 장소가 이곳이 유일하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인질로 잡혀 있다. 자유롭지 못하다. 이 감옥에 갇혀 있고,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라고 호소한다.
자신의 '투옥' 사실을 폭로한 라티파의 영상은 그와 비밀리에 접촉해온 티나 야우히아이넨의 제보로 공개됐다.
야우히아이넨은 2018년 2월 미국으로 향하던 배를 타고 도망치려고 한 라티파를 도왔다. 라티파는 앞서 10대 시절인 2002년에도 두바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곧바로 붙잡혔었다.
두 여성은 두바이에서 차를 타고 오만 해안까지 갔으며, 수 시간 동안 소형 보트와 제트 스키를 타고 공해(公海)에 진입했다. 이후 인도양을 가로지르는 요트에 탄 후 궁극적으로 미국에 가서 라티파가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라티파는 두 번째 탈출 직전 녹화해둔 영상에서 "2000년 이후 두바이 밖으로 가본 적이 없다"라면서 "여기선 운전도 못하고, 여행을 갈 수도 없다. 공부 등 정상 활동조차도 금지한다"라면서 답답함을 호소했었다.
하지만 인도 연안에서 무장한 남성들이 요트에 들이닥쳤다. 야우히아이넨은 당시 라티파가 남성들에게 "UAE에 다시 보낼 바에야 차라리 여기서 나를 쏴라"라고 말했다고 BBC에 전했다.
이때 강제로 헤어진 후 야우히아이넨은 수개월 간 라티파에 관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 라티파의 사연을 폭로하고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캠페인단체 '라티파에게 자유를'을 설립했다.
2019년 초, 그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라티파와의 직통 전화를 건네받았다. 라티파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영상에서 라티파는 창백한 모습으로 탈출 실패 이후 줄곧 한 빌라에 홀로 갇혀 지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 빌라는 감옥으로 개조됐다. 창문이 다 잠겼다"라면서 "밖에 경찰 5명이 있고 안에 2명이 있다. 바깥 공기를 마시러 외출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영상에선 "의료 지원, 재판, 기소,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라면서 "매일 내 안전이 걱정되고 경찰은 앞으로 다시는 햇빛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나를 위협한다. 여기서 난 안전하지 않다"라고 토로한다.
라티파와 매일 비밀 연락을 주고받은 야우히아이넨은 수개월 전부터 갑자기 연락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라티파는 올해로 3년째 감금돼 있다고 그는 전했다.
야우히아이넨은 셰이크 무함마드에게 라티파를 석방하라고 압박하기 위해 라티파의 외사촌, '라티파에게 자유를' 측과 함께 영상 공개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라티파의 사연은 지난해 영국 법정의 관련 결정문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셰이크 무함마드의 6번째 아내였던 하야 빈트 알 후세인(46)이 2019년 UAE를 탈출한 뒤 영국에서 전남편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시작하면서 관련 결정이 나왔다.
법원은 라티파 공주가 2002년과 2018년 두 차례 두바이로 붙잡혀갔다고 확인했다.
이에 셰이크 무함마드는 "아이들과 관련된 아주 개인적인 문제"라고 일축하며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번 다큐멘터리 방영 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라티파와 관련해 UAE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시사했다고 BBC는 전했다.
유엔은 라티파의 영상을 분석한 후 인권위원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UN 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이 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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