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특금법 시행, 실명계좌 발급 기준은 없다
특금법 의무이행 시점, 신고수리 이후로 명시..실효성 부족 지적도
은행 실명계좌 조건부 발급 항목 추가.."중소 거래소 사활 걸어야"
[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원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지 않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국내 은행의 실명확인 계좌가 없어도 정부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할 수 있게 됐다. 또 우리 정부 뿐 아니라 해외에서라도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은 가상자산 거래소라면 거래소끼리 장부(오더북)를 공유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25일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를 의무화한 개정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감독규정을 새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시중 은행과 가상자산 업계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던 실명계좌 발급 기준은 제시하지 않아 업계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기준은 정부가 제시할 일이 아니라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17일 금융위원회는 내달 25일 시행되는 개정 특금법 감독규정을 입법예고하고 신규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부과 대상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메뉴얼을 발표했다. 그동안 가상자산 사업을 진행해 온 기존 법인들은 오는 9월 25일까지 요건을 갖춰 정부에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금융위는 시중 은행의 실명계좌 없이 거래소의 법인 계좌(일명 벌집계좌)로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투자를 지원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벌집계좌를 당장 3월 25일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미 가상자산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가 실명계좌로 원화거래를 지원하도록 규정했다"며 "내달 특금법 시행 이후 계속 벌집계좌로 원화거래를 지원하게 된다면 이는 향후 해당 거래소의 신고 수리 평가에 반영될 것"이라며 당장 3월 25일부터 벌집계좌 금지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특금법 시행 이후엔 실명계좌가 없는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는 원화마켓 거래를 종료하고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 마켓만 운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게 업계 해석이다. 한 AML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는 원화거래가 없는 상태에서 오는 9월 이전에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매뉴얼 중 실명계좌 접수 요건으로 포함된 '신고 완료후 조건부 발급 여부 확인' 조항에 따라 거래소는 은행의 조건부 계약서만이라도 발급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시중은행과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개정 특금법 시행 전에 정부가 은행의 가상자산 투자자용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정부 차원의 기준이 없으니 시중 은행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실명계좌를 아예 발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감독규정에는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기준은 빠져있다. FIU 측은 "실명계좌 발급은 기업과 기업간 계약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맞춘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은행에 의무를 강제할 수 없는 것"이라 밝혔다. 여전히 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감독규정에서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허가등을 거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는 가상자산 거래소간 오더북 공유를 허용했다는 점이다. 그동안에는 모든 오더북 공유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됐었는데, 다소 완화한 것이다. 이를 테면 태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업비트 태국은 한국의 업비트와 오더북을 공유할 수 있어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편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번 감독규정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특금법 구조로는 기존에 실명계좌를 확보하고 있는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외에는 사실상 9월 25일까지 신고를 완료할 수 있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없을 수 있다"며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소수 사업자 독점으로 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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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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