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밥 못 먹는데 방치" "곳곳에 상처" 쏟아진 눈물의 증언(종합)

최선을 2021. 2. 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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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재판에서 증인신문이 시작된 17일 양모가 입양기관의 권고를 무시하고 아이를 장기간 방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홀트아동복지회 직원인 A씨는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양모 장씨와 양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가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장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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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선 행복하길’ - 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사진이 놓여 있다. 2021.1.6. 연합뉴스

양부모 학대로 숨진 16개월 정인이 재판
홀트 직원 “양모, 병원 데려가지 않아
상처 물어보면 제대로 설명도 못 해”
어린이집 원장 “처음엔 밝았던 정인이
마지막 날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모습”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재판에서 증인신문이 시작된 17일 양모가 입양기관의 권고를 무시하고 아이를 장기간 방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입양 초기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받아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홀트아동복지회 직원인 A씨는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양모 장씨와 양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가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장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정인이 입양과 사후 관리를 담당한 A씨는 입양 후 3개월가량 흐른 지난해 5월 26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정인이에 대한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고 확인차 장씨 부부의 집을 찾았다. 다시 만난 정인이 몸 곳곳에는 멍과 상처들이 가득했다고 A씨는 말했다.

A씨는 “부모의 양해를 구하고 아이의 옷을 벗겨 보니 허벅지 안쪽과 배 뒤에 멍 자국이 있었고 귀 안쪽에도 상처들이 보였다”며 “장씨에게 어쩌다 이런 상처가 생긴 건지 물었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또 지난해 9월 장씨로부터 정인이가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한 끼만 밥을 못 먹어도 응급실에 데려가는 게 일반적인 부모인데 장씨는 달랐다”며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하지 않다’는 말을 하면서 일주일 넘게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진료를 봐야 한다고 장씨에게 얘기했지만 다른 일정이 있다며 시간을 미뤘다. 결국 양모가 아닌 양부에게 전화해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부탁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사형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2.17 뉴스1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2021.2.17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인 B씨는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2020년 3월부터 신체 곳곳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정인이는 입학할 당시만 해도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하지만 입학 이후 정인이의 얼굴과 팔 등에서 멍이나 긁힌 상처 등이 계속 발견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친딸인 언니와 달리 정인이는 7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다. B씨는 “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다시 나온 정인이는 몰라보게 변해있었다. 아프리카 기아처럼 야위어 있었고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도 심하게 떨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엄벌 촉구

사망 전날인 2020년 10월 12일 정인이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B씨는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며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인이는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청사 앞 인도는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살인자 양모 무조건 사형’,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의 해맑은 모습 -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 SNS 캡처.
-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의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3일 정인이가 묻힌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두고 간 선물과 메시지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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