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로 풀렸는데 돈이 안돈다..韓경제 '돈맥경화'

이윤화 2021. 2. 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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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시중에 풀리는 현금이 꾸준히 늘면서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화폐 유통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 팀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기업자금 지원 정책으로 기업의 자금사정이 개선된 영향"이라면서 "코로나가 이어진 지난해 현금통화 흐름을 보면 1월 111조9000억원 수준에서 12월 134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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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유동성 꾸준히 늘어
1년 동안 시중에 풀린 현금통화 125.5조원
통화승수 12월 14.51배 그쳐..11월보단 소폭 개선
지난해 지폐 환수율 40%..통계 이래 최저
지난해 9월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5만원권 수급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급적 1만원권 인출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시중에 풀리는 현금이 꾸준히 늘면서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화폐 유통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서비스 등의 이용이 줄어들면서 현금 사용이 줄어든데다, 경기 불확실성 탓에 5만원 등 고액권을 개인적으로 보관해두는 경우가 많아진 탓이다. 경기 활력 제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돈맥경화’에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2월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한국은행을 통해 지난해 시중에 유통된 현금통화는 약 12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다. 현금통화는 2018년 처음 100조원 규모로 증가한 이후 2019년 108조7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1년 사이 17조원 가량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시중 유동성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 기록”

현금 유통량을 포함해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 계절조정·평잔 기준)는 꾸준히 증가하며 유동성이 확대돼 왔다. M2는 M1(현금통화+예금취급기관 결제성예금)에 만기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시장형 금융상품(CD, RP 등), 실적배당형 금융상품(금전신탁, 수익증권 등), 금융채 등을 포함,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로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이다.

시중 유동성 상황을 평가하는데 주로 활용되는 통화지표인 M2 증가율(평잔, 전년동월대비)은 2019년 12월 7.9%에서 지난해 12월 9.8%로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도 13조원(0.4%) 증가세를 보여 11월(9.7%)보다 소폭 상승했다. M2 증가율은 지난해 7월 1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9%대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월의 10.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 팀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기업자금 지원 정책으로 기업의 자금사정이 개선된 영향”이라면서 “코로나가 이어진 지난해 현금통화 흐름을 보면 1월 111조9000억원 수준에서 12월 134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지폐 환수율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져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M2·광의통화/본원통화)’는 2019년 12월 15.62배에서 지난해 12월 14.51배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치를 보인 직전 달(14.44배) 대비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돈맥경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화승수는 한은이 본원통화를 1원 공급했을 때 창출되는 통화량(M2)을 보여준다. 통화승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현금 보유 성향이 강해지고, 경제활동을 통한 신용창출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지난해 전체 은행권(지폐) 환수율은 40%를 기록,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100.7%)나 2008년 금융위기(95.4%) 때에도 지폐 환수율은 100% 안팎을 유지했다.

권종별로 보면 5만원권의 환수율은 24.2%로 처음 발행된 2009년 7.3% 이후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1만원권 환수율(74.4%) 역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중에 풀린 현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환수율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현금을 주로 이용하는 대면 서비스 이용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또 5만원권 이상의 고액권을 위주의 수요가 늘어난 것에 더해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은행권에 예·적금을 들기보다는 언제든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쪽으로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을 손에 쥐고 있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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