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폐지하는 네이버.. 뉴스에서 힘 빼나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가 오는 25일 사라진다. 네이버는 지난 4일 “능동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실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2005년 5월 실검이 처음 등장한 이후 16년 만이다.
네이버가 밝힌 폐지 배경은 검색어의 다양화·세분화 등 서비스 이용자의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지만, 실검이 부른 논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실검은 ‘정보의 다양성 확보’라는 도입 취지에서 비켜나 광고판으로 전락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수차례 조작 논란에 휩싸여 공정성도 의심받았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국면 당시 후보로 떠오른 안철수 교수 관련 루머가 실검에 올랐다 삭제되며 조작 논란이 일자 네이버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요청해 검색어검증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정치적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실검은 건전한 여론 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비판을 의식한 네이버는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 기간 실검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앞서 다음은 그해 2월 실검을 아예 페지했다. 이번 네이버의 실검 폐지 결정 시기가 오는 4월 재·보궐 선거, 내년 대통령 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언론계 디지털분야 한 전문가는 “네이버는 실검 논란으로 정치적 압박을 받아왔다. 이번 발표는 정부의 언론개혁 드라이브와도 연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폐지한 랭킹뉴스와 함께 실검은 필터버블 역할을 하면서 특정 이슈에만 이목이 쏠리게 하는 사회적 부작용을 낳았다. 폐지 결정은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실검 폐지를 포털사이트 상에서 뉴스 매력도 하락을 보여주는 사례로 봤다. 이 언론학자는 “네이버가 그동안 리스크에도 실검을 유지했던 이유는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그걸 포기했다는 건 포털에서 뉴스가 더 이상 매력적인 유인책이 아니라는 판단을 증명한 셈”이라며 “이미 네이버 모바일엔 뉴스가 아닌 쇼핑이 강력한 콘텐츠로 자리 잡은 상태다. 뉴스의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양대 포털이 뉴스 섹션 자체를 없앨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검 폐지가 당장 네이버 콘텐츠제휴 언론사들(CP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CP사들 가운데 과거처럼 실검 키워드를 직접적으로 사용해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는 곳은 드물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지난해 3월 실검 어뷰징 기사를 10회 초과해 작성할 경우 위반 건수마다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강화해서다. 다만 실검을 통해 유입되는 이용자 수 감소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일간지 온라인부서 소속인 A 기자는 “CP사 대부분은 (벌점 때문에) 실검 키워드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대신 다른 언론사 뉴스판, 네이트 랭킹뉴스,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기사 소스를 얻는다”며 “그래도 실검에 기사가 걸리면 조회수가 폭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건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전반적인 조회수 하락은 각오하고 있다”고 전했다.
CP사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검색제휴사, 실검에 자주 오르는 스포츠·연예뉴스를 비중 있게 다루는 매체들엔 실검 폐지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스포츠매체에서 근무하는 B 기자는 “실검을 노린 어뷰징 기사는 쓰지 않지만 실검에 올라오는 이슈들이 스포츠, 연예 쪽이 많다 보니 실검 폐지가 저희 트래픽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고 했다.
일간지에서 디지털 업무를 오래 담당한 C 기자는 네이버 안에서 실검 폐지의 대응책을 찾기보다, 실검 폐지가 네이버의 뉴스 정책 변화에 따라 출렁이는 언론지형을 벗어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 기자는 “실검이 빠진다고 해서 낚시성 기사가 없어지진 않는다. 이미 타사 뉴스판 베껴쓰기나 뉴스토픽, 연관검색어 어뷰징 같은 꼼수가 생겨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만의 기사 퀄리티로 승부해야 겠다는 자정 없이는 포털 안의 혼탁한 언론계가 개선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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