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석의 호크마 샬롬] 지도자의 미덕, 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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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호크마 샬롬'은 히브리어로 '지혜여 안녕'이란 뜻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헌으로 불리는 잠언과 전도서, 욥기를 중심으로 성경에 담긴 삶의 보편적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성경이 그를 가장 온유한 자로 묘사할 정도였다.
성을 점령하려면 포악한 용사여야 할 것 같지만, 성경이 가르치는 지혜는 인내하고 침착한 자가 차지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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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호크마 샬롬'은 히브리어로 '지혜여 안녕'이란 뜻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헌으로 불리는 잠언과 전도서, 욥기를 중심으로 성경에 담긴 삶의 보편적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점잖은 것 같지만 욱하는 성질에 그만 사람 하나 쳐 죽이고 도망간 자가 성경에 나온다. 바로 유명한 모세다. 화려한 왕자의 신분이었지만 한번 욱한 바람에 냄새나는 양 무리의 목동으로 전락하였다. 그런데 나중에 놀랍게도 성경은 모세가 이 땅에서 가장 온유한 자라고 칭송을 한다. 무슨 일이었을까?
살인을 하고 도망갔던 모세는 다시 이집트로 돌아간다. 파라오와 담판을 벌인 후 그는 자기 동족인 히브리 노예들을 이집트로부터 탈출시키고 하나님이 약속한 땅으로 향했다. 모세는 정말 꼴통무리를 이끌어야 했다. 전직 노예들로서 주체적 삶을 살아 본 적 없는 오합지졸이었으며 걸핏하면 지도자 모세를 괴롭혔다. 고마워하기는커녕 불만투성이였다. 기껏 구해주어 자유를 줬더니, 노예로 살 때가 그립다며 모세가 환장할 말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한번은 모세에게 이집트 별미를 가져다 달라는 어이없는 주문을 한 적도 있다. "이집트에서 생선을 공짜로 먹던 것이 기억에 생생한데, 그 밖에도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이 눈에 선한데."(민수기 11:5). 노예에게 공짜가 있던가? 자기네 몸과 자유는 무상 공급하고선 던져준 생선 한 마리가 공짜여서 맛있었다니, 하나님과 모세 복장 터질 일이다. 리더인 모세는 흔들리지 않고 굳세어야 했다. 옛날처럼 욱하면 지도력에 큰 차질이 생긴다.
그러다가 결국 모세는 인내의 끝을 보게 된다. 자신의 친누이와 형제가 그의 성질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모세가 구스 여인을 데리고 왔는데, 미리암과 아론은 모세가 그 구스 여인을 아내로 맞았다고 해서 모세를 비방하였다."(12:1). 이어 한마디 더 한다. "주님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취향을 건들더니 뜬금없이 모세의 지도자적 권위를 깎아내린 것이다. 가장 큰 지지자가 돼 주어야 할 형제로부터 당했으니, 모세는 상처도 깊었을 것이다. 다행히 아무 대꾸도 않고 묵묵히 참았다. 그러자 성경이 그를 이렇게 평가한 것이다. "모세로 말하자면,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가장 온유한 사람이다."(3).
지도자를 향한 비판은 종종 사적인 문제까지 싸잡는다. 그래서 리더는 자신의 사적인 생활도 마치 공적인 것처럼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 비판의 의도가 대개는 불순한 경우가 많다. 치졸한 공격으로 흔들어 리더가 격양되고 자제력 잃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세는 형제들의 쓰라린 공격에도 불구하고 인내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성경이 그를 가장 온유한 자로 묘사할 정도였다.
지혜의 보고인 잠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사람은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은 성을 점령한 사람보다 낫다."(잠언 16:32). 참 멋진 말이다. 성을 점령하려면 포악한 용사여야 할 것 같지만, 성경이 가르치는 지혜는 인내하고 침착한 자가 차지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미련한 사람은 화를 있는 대로 다 내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화가 나도 참는다."(29:11).
모세가 지도자로서 끝까지 온유했을까? 약속의 땅까지 거의 다 와서는, 물을 달라고 징그럽게 극성을 떠는 백성 때문에 그만 성질을 한번 냈다. 누굴 친 것도 아니고 그저 막대기로 바위를 크게 쳤을 뿐인데 하나님은 모세에게 약속의 땅 입국 금지를 내린다. 하나님이 참 박하다. 하지만 하나님은 리더를 그 누구보다도 더 엄중하게 다루었다. 약속의 땅에 가장 들어갈 만한 사람을 꼽자면 모세일 텐데, 결국 멀찍이 바라보기만 하다가 그는 생을 마감했다.
기민석 목사ㆍ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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