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로 편가르기 말자"..왕이가 정의용에 던진 '언중유골'

"한반도 문제에서 韓주도적 역할 중시"

정의용(오른쪽)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사진=외교부, 연합)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가진 첫 통화에서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가르는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중 사이 균형 외교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장관과 왕 위원의 통화는 16일 저녁 이뤄졌다. 이후 외교부와 중국 외교부는 각각 그 통화내용을 공개했는데 중국 외교부 발표자료에서는 한국 외교부 자료에 없던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그 중 하나가 “중국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역 협의체를 지지하며,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가르는데 반대한다”는 왕 위원의 발언이다

각국이 해석하고 강조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발표자료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정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왕 위원이 이같은 발언을 하고 이를 공개했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이 발언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항해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이 미중 어느 한 쪽에 경도돼서는 안된다는 뼈있는 한마디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중국의 조언 역시 의미심장하다. 왕 위원은 “한반도 정세의 흐름은 한중 각자의 중요한 이익이 걸린 문제”라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당사자로서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한국이 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에 끌려다니지 말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왕 위원은 또 “중국과 한국은 반드시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자료에서 “두 장관은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실질적 진전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왕 위원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의지를 재확인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소통하자고 했다. 왕 위원은 정 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사의를 표하고 구체적인 방문시기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