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 때문에 미국 증시로? 쿠팡 내부도 고개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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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과 관련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 차등의결권 때문에 국내 대신 미국 증시 직상장을 추진했다는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 쪽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 쿠팡 관계자는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 때문에 노코멘트"라고 했다.
박 교수는 "국내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이 '쿠팡이 한국 증시에서 상장하지 않은 이유가 차등의결권 주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곡해하고 있다"며 "전혀 근거 없는 왜곡"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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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과 관련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 차등의결권 때문에 국내 대신 미국 증시 직상장을 추진했다는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 쪽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 쿠팡 관계자는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 때문에 노코멘트”라고 했다. 쿠팡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페이스북에 최근 올라온 글을 소개했다. 해당 사안에 대한 사정을 비교적 잘 파악한 내용이라는 뜻이었다.
문제의 글은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가 쓴 내용이었다. 알토스벤처스는 쿠팡 설립 2년 차인 2011년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쿠팡의 차등의결권 이슈에 대해 “그것 때문에 어떤 증시에 상장하는 결정은 하지 않는다. 도움되는 이유는 될 수 있지만”이라고 썼다. 김 대표는 “다양한 기관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고 또 투자받을 수 있기 때문이며 그만큼 선택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 해석의 적합성 여부와는 별개로 차등의결권 사안에 대한 쿠팡 내부의 사정은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 증시 직상장의 핵심 변수로 차등의결권을 꼽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뜻이다.
김 대표 글과 함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페이스북 글도 소개했다. 박 교수는 “국내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이 ‘쿠팡이 한국 증시에서 상장하지 않은 이유가 차등의결권 주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곡해하고 있다”며 “전혀 근거 없는 왜곡”이라고 썼다. 박 교수는 “쿠팡엘엘씨(LLC)를 미국에 설립하고 쿠팡엘엘씨가 투자를 유치한 것이었으므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도 했다. 쿠팡엘엘씨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미국 회사이고 국내 쿠팡(주)은 쿠팡엘엘씨의 100% 자회사이다.
이런 중에도 차등의결권 사안은 일부 언론 보도에 이어 정치권으로까지 번져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쿠팡이 한국 증시에 상장하면 경영권 탈취 위협이 있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며 “창업자에게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이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는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6일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라며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이 있다고 해서 (벤처기업) 상장이 편하게 되고, 없다고 상장이 안 된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지난 15일 내놓은 논평에서 “쿠팡은 애초 미국에 설립된 회사로 오래전부터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해왔다”며 복수의결권 탓에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대는 아울러 “복수의결권 주식은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인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더욱 심화시키는 제도”라며 “(관련)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 경영주에 한해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한 비판이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쿠팡엘엘씨의 미국 상장은 복수의결권 때문이 아니라 미국 내 기관투자자들과 글로벌 벤처캐피탈로부터 펀딩을 받아왔던 과거에서부터 이미 예정됐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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