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터진 '학폭 미투'..신고 대신 '온라인 폭로' 나선 이유

안효주 2021. 2. 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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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를 가진 채 살고 있습니다.'

우선 학교 안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괴롭힘 사건을 신고하는 방안이 있다.

학폭위가 내린 결론과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가해자는 최대 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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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경기에 출전한 이재영과 이다영(왼쪽) / 사진=연합뉴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를 가진 채 살고 있습니다.'

최근 스포츠계를 시발점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학교폭력 폭로전'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여자프로배구팀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 선수, 남자 배구팀 OK금융그룹의 송명근·심경섭 선수는 경기 출전 정지는 물론, 국가대표 자격도 박탈당했다. 처벌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청소년기에 가혹한 학폭을 당했어도 신고 시기를 놓쳐 법적 처벌 방안이 없을 경우, 일종의 ‘공공 응징’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 도의적으로만 잘못?…'민·형사상' 책임도 있어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학폭 가해자가 받을 수 있는 법적 제재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학교 안에 설치된 학교폭력 전담기구에 괴롭힘 사건을 신고하는 방안이 있다. 학폭 전담기구는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꾸려진다. 전담기구에서 내려진 결정은 학교장의 판단 하에 자체 해결하거나 교육청에 마련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넘기게 된다. 사건이 학폭위로 옮겨갈 경우, 학폭위가 내린 결론과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가해자는 최대 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게 된다. 행정조치를 받는 것이다.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물을 수도 있다. 폭행으로 인한 치료비를 비롯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등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쉽게 말해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다. 과거 학폭 피해자들에 대해 이씨 자매가 '칼을 가져와 협박을 했다'거나 송명근·심경섭 선수가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한 게 민사적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형사적 처벌을 구하는 방법도 있다. 이씨 자매의 학폭 피해자의 글에 드러난 '주먹으로 머리 때린 것', '꼬집어서 울게 만든 것'은 폭행에 해당하므로 이씨 자매에게는 '상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 강제로 돈을 걷고 마사지를 시킨 것은 '강요죄'에 해당한다. 송명근·심경섭 선수가 피해자의 급소를 가격한 것 역시 상해로 볼 수 있다.
 

보상 물으려해도 '공소시효' 한계

그러나 현행법상 이 세 가지 방법은 모두 한계를 갖는다. 학폭위의 판단을 구하는 경우는 가해자가 '학생' 신분일 때만 적용된다. 학교폭력 발생 당시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가, 성인이 된 뒤 형사 처벌이나 민사 소송으로 억울함을 풀려고 하더라도 어려움이 있다. 바로 '공소시효'와 '소멸시효' 때문이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법률사무소 유일의 이호진 변호사는 "폭행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5년이고, 민사적 손해배상의 경우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이 3년이면 소멸된다"며 "20대 중반이 넘어간 이후에는 청소년기에 있었던 학폭 사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기록부에나마 학폭 이력이 남지만, 졸업과 동시에 이 기록이 지워지는 경우도 많다. 서면 사과나 교내 봉사 수준의 조치를 받은 경우엔 졸업시 학폭 기록이 사라진다. 전학 조치를 받은 경우엔 졸업 후 2년 뒤 기록이 지워진다. 가장 강도가 센 퇴학 처분을 받았을 때만 영구적으로 남는다.
 

SNS 등으로 은밀해지는 학폭

변화하는 학폭의 형태에 따라 처벌 수위와 방식 등을 조절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대면 수업이 줄어들고, SNS를 통한 교류가 늘면서 '온라인 괴롭힘'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12.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담임 교사로 근무하는 김 모씨(30)는 "비대면 상황에서 급우들끼리 메신저로 언어 폭력을 주고 받는 경우가 코로나 사태 전과 비교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괴롭힘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도, 일선 현장에서 지도하기도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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