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내신 부풀리기' 우려.."고1 내신경쟁 치열" 지적도
"공통과목 내신 선행학습 열기 고조될 수도" 우려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17일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추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밝힌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두고 '내신 부풀리기'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고교학점제에서도 상대평가(석차등급제) 방식을 유지하는 1학년 공통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내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신 성취평가제는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핵심조건 가운데 하나다. 고교학점제 아래에서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하면 진로와 적성보다는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절대평가 방식인 성취평가제에서는 학업성취율이 90% 이상이면 A등급을 받는다. 교육부는 "석차등급제에서는 수강인원 수 등에 따라 내신등급의 유불리가 발생해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이라도 수강인원이 적은 경우 수강을 기피하는 등 학생들의 선택이 왜곡된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다.
반면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내신 부풀리기' 우려와 '변별력 확보'에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4~7일 고교 교원 23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잘 나타난다.
설문조사에서 고교 교사의 60.3%가 성취평가제 도입에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25.1%에 그쳤다. 또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생 간 경쟁 완화'(54.1%) '교육 목적에 적합한 수업운영과 수업의 질 향상'(49.1%) '대입에 종속되지 않는 고교교육 정상화 유도'(42.1%)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성취평가제의 단점으로는 61.7%가 '변별력 확보의 어려움'을 꼽았다. '내신 부풀리기 현상 우려'를 지적한 교사도 52.9%로 절반이 넘었다. 이와 이어지는 문제로 44.6%는 '학업성적에 대한 대학 등 외부기관 신뢰 문제'를 꼽았다.
교총은 "교육부가 성취도 외에 원점수, 성취도별 학생비율, 과목평균, 수강자수 등 최대한 관련 정보를 모두 제공해 (내신 부풀리기) 문제를 보완하고자 한 부분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학생평가는 대입과 연결돼 있는 만큼 공정하고 신뢰도 높은 평가를 위한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모든 학생들이 고교 1학년 때 들어야 하는 공통과목에서 좋은 내신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과목 구조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바뀐다. 1학년 때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한국사와 같은 공통과목을 이수하고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선택과목을 이수한다.
그런데 모든 과목이 절대평가제로 바뀌는 선택과목과 달리 공통과목은 성취도와 석차등급을 병기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 석차등급제는 상위 4%는 1등급, 상위 5~11%는 2등급과 같은 식으로 석차 순으로 일정 비율을 정해 등급을 부여하는 상대평가 방식이다.
사실상 대입 변별력을 고려한 의도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통과목은 모든 학생이 듣기 때문에 석차등급을 병기하더라도 과목 선택의 왜곡 현상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최근 대두되는 공정성 강화 요구를 수용하고 내신 변별력을 보완하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통과목 내신을 위한 선행학습이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대학입시에서 고1 공통과목 내신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라며 "본격 적용되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부터 고1 때까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한국사 전 과목 내신 선행학습 열기가 고조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고1 상대평가 내신을 잘 받은 학생은 고2·3 선택과목도 충실히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본격 수능 준비를 하거나 검정고시를 위한 자퇴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라며 "대학에서 선택과목에 대한 요구조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택과목 학습에 따른 혼란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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