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제약 주권 시급한데..원료자급률 추락
대부분 중국,인도서 원료의약품 수입
감염병 유행시 원료의약품 수급 차질로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
"가격 경쟁력 높일 수 있도록 정부 지원 절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완제의약품 제조의 주재료가 되는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코로나 시대에 시급한 제약 주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격 경쟁력에 밀려 원료의약품의 대부분을 중국, 인도 등에서 수입해 오면서 해외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17일 통계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년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전년 26.4%보다10.2%포인트 낮아진 16.2%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원료의약품은 완제의약품의 제조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말한다. 타이레놀을 예로들자면 타이레놀은 완제의약품이며, 타이레놀정의 주요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원료의약품에 해당된다. 원료의약품은 주로 제네릭의약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 수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이 20%라면 토종 기업에서 생산된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경우가 20%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경우가 80%라는 것을 뜻한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대체로 20%대를 유지해 왔다. 자급률이 30%를 넘었던 때는 2013년(31%), 2014년(31.8%), 2017년(35.4%)로 세 차례 뿐이다. 토종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주춤하는 사이 신흥국의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원료의약품의 대부분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인도 등에서 들여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년 원료의약품 수입액은 21억6972만 달러(약 2조4000억)로 이 가운데 중국이 7억9696만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36.7%를 차지했다. 이는 액수 기준으로 전년(6억7809만 달러)보다 17.5%나 증가한 수치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원료의약품은 매년 늘고 있다. 일본도 2억8106만 달러로 전체의 13%를 차지했고, 인도가 2억2114만 달러로 10.2%다.
중국과, 일본, 인도 3개국의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60%에 달한다.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 상승은 토종 제약기업의 종속성을 높이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약산업 자국화' 실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병 대유행 사태가 지속될 경우 국내 원료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생겨 의료시스템에 붕괴 등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수의 원료공장 생산기지를 폐쇄했다. 또 인도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원료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의약품 주성분 26종의 수출을 중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원료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 심화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품질이다. 의약품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높은 품질관리가 요구된다. 하지만 당국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의약품의 제조과정을 일일히 살피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 등에서 수입해 오는 원료의약품에 문제가 된 사례가 적지 않다. 고혈압약 발사르탄과 위장약 라니티딘·니자티딘과 같은 원료의약품에서 발암우려 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 등이 검출돼 제조·판매가 중지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산 원료의약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오장석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장은 "과거 중국이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 시키자 전세계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던 적이 있다"며 "그만큼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데, 경제적 이유 때문에 국산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2021년부터 10년간 2조8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신약개발 사업, 범부처 재생의료 기술개발 사업에서 원료의약품 관련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원료의약품 자국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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