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 "윤동주 국적 인정 어려워..양국 전문가 고증해야"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2021. 2. 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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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윤동주 시인의 국적이 중국으로, 민족은 조선족으로 표기돼있다.


‘서시’ 등으로 유명한 일제강점기 시인 윤동주(1917~1945)의 국적 표기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간 논란이 재점화됐다.

앞서 16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포털 바이두(百度) 백과사전이 윤동주의 국적을 ‘중국’으로, 민족을 ‘조선족’으로 표기하는 등 독립운동가들의 국적과 민족을 왜곡하고 있어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해 12월 30일 윤동주 탄생일에 맞춰 바이두에 항의했지만 변화가 없어 2월16일 윤동주 서거일에 재차 수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매체 보도를 통해 중국에도 알려졌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중국 국적법과 역사 상황을 보면 윤동주 같은 역사 인물의 국적을 인정하는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윤동주가 중국에서 태어났고 출생 시 한국은 일제 점령하에 있어 정식 건국 전이라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또 윤동주가 생전에 자신의 국적에 대해 분명히 밝힌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동주의 국적에 대해서는 양국의 전문가들이 고증과 분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SNS 웨이보(微博)에는 이날 오전 ‘#한국 교수가 조선족 시인의 국적을 한국으로 수정하라고 요구했다#’는 해시태그는 인기검색 화제에 올랐고 조회수도 3억건을 넘었다.

지난 2012년 중국 당국이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생가를 복원하면서 입구에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 적힌 비석을 세우면서 국적 표기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윤동주가 나고 자란 룽징 명동 마을은 중국 땅이었지만 당시 이주 조선인들의 생활 터전이었고 윤동주는 중학 이후 평양, 서울, 일본에서 활동하며 모든 작품을 한글로 쓴 민족시인이어서 일방적으로 중국의 애국시인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란 대목이 있는데 중국 한족 소녀를 ‘이국 소녀’로 칭한 것은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조선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꼽힌다.

한국 정부도 윤동주의 국적 표기 문제에 대해 중국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바이두 등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시정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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