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툰베리? 흑인 청소년 동물권 활동가 제네시스 버틀러
6살 때부터 채식 실천하며 동물권 알리는 14살 청소년
테드 최연소 연사·마블 히어로로 활약하며 동물권 알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채식을 하고, 저탄소 생활을 하며, 동물보호 활동을 벌이는 10대 청소년 활동가가 있다. 교실 내 동물실험을 막고, 채식급식 확대를 목표로 활동하는 단체의 이사이기도 하고 농장동물 생츄어리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살고 있는 14살 흑인 청소년 활동가 ‘제네시스 버틀러’ 이야기다. 버틀러는 유명한 10대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이후 인도, 이탈리아, 콜롬비아 등 세계 각지에서 이어진 ‘제2의 툰베리들’처럼 미국에서 동물권과 기후위기, 채식이라는 Z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전파하고 있다.
동물권·비건 채식 전문 온라인 매체 ‘리이브카인들리’는 최근 ‘제네시스 버틀러가 동물들의 영웅인 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8년차 비건인 제네시스 버틀러의 동물권 활동을 상세히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버틀러가 육식에 처음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은 3살 때였다. 어느 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치킨 너겟을 보고,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졌던 것. 그의 어머니가 치킨 너겟이 닭의 살이란 사실을 말해주자, 버틀러는 그날 이후 고기를 먹지 않게 됐다. 우유를 끊은 것도 이와 비슷하다. 6살 때 어린 동생에게 우유를 먹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우유가 어디서 오는 지 물었고 이 또한 어미 소의 젖이란 것을 알게 된 뒤 유제품을 끊게 됐다.
그는 이날 “이건 꼭 엄마 젖을 내 동생이 아닌 다른 사람이 훔쳐먹는 거랑 같은 거네?”라고 반문했고, 이 말을 들은 그의 어머니와 가족들도 점차 완전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2017년 10살 최연소 연사로 참여한 강연 ‘테드 톡스’(TEDx Talks)와 여러 인터뷰에서 이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최근에는 동물보호법을 개선시키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14살이 된 그는 미국 동물단체인 SCIL(Social Compassion in Legislatio)에 이사로 합류했다. 이 단체는 주로 동물의 권리, 복지 및 보호를 위한 법률안 개정과 입법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버틀러는 이사회 참여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각각의 동물이 고유한 개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 나의 팬과 지지자들에게 활동을 알리고 동기부여를 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버틀러는 또한 2018년 ‘제네시스 포 애니멀스’(Genesis for Animals)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가 자주 찾던 캘리포니아 엘시노어 호수 근처의 뉴 라이프 애니멀 생츄어리(New Life Animal Sanctuary)의 운영기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실험실과 도축장에서 구조된 동물들에게 새 삶터를 만들어주는 농장동물 보호소다.
그는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된 뒤 버틀러는 이 생츄어리에 방문하며 동물들을 돌보고 자원봉사를 해왔으나, 몇년 전부터 보호소의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온라인매체 마이크닷컷(Mic.com)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난해에는 ‘마블 스튜디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마블 히어로 프로젝트’에서 동물권 운동가로 소개가 되기도 했다. 마블은 버틀러를 모델로 한 어린이용 코믹북을 제작하고 무료로 공개해 그의 활동을 알렸다.
이외에도 세계적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의 팟캐스트 ‘홉캐스트’에 출연하는 등 열정적인 동물권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의 활동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인지 2019년 동물권 단체 페타(PETA)는 버틀러를 ‘올해의 젊은 활동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버틀러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 “나는 매우 내성적인 사람이라 강연을 하고 앞에 나서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점차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며 “이런 행동주의 성향은 저의 위대한 증조 할아버지 세자르 차베스에서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자르 차베스는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1960년대 미국 농장 노동자의 권리신장을 위해 노력한 민권운동가였다.
버틀러의 장래희망은 수의사다. 그는 “언젠가는 수의사가 되어 보호구역의 많은 동물들을 도울 수 있길 바란다. 장기적으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비건 채식을 실천할도록 독려하고 싶다. 채식은 동물을 위한 일일 뿐 아니라 축산업을 통해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는 지구를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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