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꼭꼭 숨어있던 리설주가 돌아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의 모습이 1년 1개월 만에 북한 매체에 등장했습니다. 노동신문에 등장한 사진에서 리설주 여사는 어제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 기념 공연을 관람하며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총비서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극장 관람석에 나오셨다"고 전하고, 김 위원장과 리 여사가 공연을 보며 함께 웃는 사진도 여러 장 실었습니다.
리설주 여사의 마지막 공개 행보는 지난해 1월 25일 열린 설 기념 공연 때였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것이 지난해 1월 22일이었는데, 봉쇄 직후였던 설 기념 공연 이후로는 리설주 여사의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도, 새해맞이 행사와 당 대회에도 리 여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임신설, 불화설, 신변이상설…리설주 '설설설'
리설주 여사의 모습이 공개되지 않자, 몇 가지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우선 시기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할 리설주 여사가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이었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임신 중이라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임신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리설주 여사가 김정은 위원장과 불화를 겪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김정은 위원장이 다른 여성을 만나고 있다며 특정 인물을 지목하는 기사가 국내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공개된 모습으로 부부가 동행하지 않을 만큼 불화를 겪고 있다는 소문은 근거를 잃게 됐습니다.
자녀를 임신·출산했다는 관측은 현재로서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13개월이라는 잠행 기간이 출산설을 뒷받침할만한 기간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자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2013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나는 그들(김 위원장 부부)의 딸 주애(Ju-ae)를 안아 봤다"고 말한 것이 몇 안 되는 정보 중 하나입니다.
■ '퍼스트레이디'가 보여준 방역 자신감?
국가정보원은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리설주 여사가 그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데 대한 질문에 특이 동향은 없다며, "코로나 방역 문제 등 때문에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정원의 분석대로라면 리설주 여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 역시 공개 행보를 줄일 만큼 방역에 애를 써온 북한이, 방역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백신 도입까지 논의되는 시점에서 '부부동반 공연관람'이라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북한에서 '퍼스트레이디'가 공식 행사에 나서는 것은 리설주 여사가 처음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듬해인 2012년 7월, 김 위원장의 부인이라고 공개적으로 보도된 뒤 리설주 여사는 외교사절을 접견하기도 했고, 남북정상회담 때는 김정숙 여사와 나란히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스스로 정상 국가임을 표방하는 움직임인데, 리설주 여사가 1년여 만에 다시 등장한 것도 북한이 방역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은 최근 전원회의에서 간부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까지 보여줬는데, 부부동반 행사를 통해 주민들에게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리설주 여사의 패션이 유행될 정도로 북한 내부에서도 관심이 많은 만큼 외부에서 제기되는 억측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최초의 공식 '퍼스트레이디'이지만 리설주 여사는 김 위원장보다 두세 살 어리다는 추측만 있을 뿐 인적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제한된 정보 탓에 사후적인 분석보다는 임신설과 불화설 같은 휘발성 높은 소문들이 더 관심을 끄는 것인데, 한 전문가는 "북한의 봉쇄 조치로 내부 정보 자체가 줄다 보니 역설적으로 미확인 소문들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도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제한된 보도와 눈요기성 추측 사이의 '밀당', 다음 소재는 무엇이 될까요?
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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