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3조 클럽' 넥슨發 확률형 아이템 논란 확산

강산 기자 2021. 2. 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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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 산업계 막전막후 시간에는 게임 업계 소식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확률형 아이템'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온라인 게임을 할 때 돈을 주고 산 코인으로 게임에 도움되는 아이템을 뽑기 형식으로 받는 겁니다. 

뽑힐 수도 안 뽑힐 수도 있는 말 그대로 복불복인데, 사행성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국내 게임사 최초로 매출 3조 원 클럽에 가입한 넥슨이라는 회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하는데요.

강산 라이브데스크가 관련 이슈 정리했습니다.

[기자]

넥슨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MMORPG '마비노기'라는 게임입니다.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이 게임에는 복권처럼 뽑기를 해서 캐릭터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세공'이란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 세공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게임을 오래하거나 돈을 주고 사는 두 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3번 쓸 수 있는 건 9900원, 30번 사용할 수 있는 건 가격이 약 10만원 정도입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약 100번의 복권을 써도 원하는 능력을 뽑을 수 있을 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하는데요.

넥슨이 아이템이 뽑힐 확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유저 연합회는 불매운동을 벌였고, 최근 넥슨 본사 앞에서는 트럭 시위도 벌어졌습니다.

앞서 저희 SBS Biz 뉴스에서 관련 논란을 보도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이 보도 이후 넥슨의 공식 홈페이지에 다음 달 중으로 간담회를 열고, 유저들과 소통하겠다"는 내용의 사과 공지문이 올라왔습니다.

[앵커]

지금 논란이 되는 게 유료로 구입하는 '확률형 아이템'이란 건데요.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잘 모르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이한승 라데, 직접 구매해 본 경험이 있나요?

[기자]

보통 '템빨'이라고 하죠.

게임을 하다 보면 좋은 무기나 장비가 욕심나는데요. 

'유료로만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데 원하는 아이템을 뽑기 위해 현금 결제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됩니다.

물론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할지 말지는 이용자들의 선택이고 강제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갖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용하게 되고, 게임사들은 이중, 삼중으로 확률을 꼬아 이용자들이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하는데요. 

한국 게이머들은 이를 'K-확률'이라고 풍자하기도 합니다.

[앵커]

소위 '아이템 뽑기'가 논란인 상황에서 국회에서 관련 규제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자 복권이나 다름없으니 확률이 대체 얼마나 되는지 게임사들이 공개하라는 건데요.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이 짭짤한 수익원이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해 영업기밀을 이유로 공개를 꺼리는 상황입니다.

강 라데와 이 부분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넥슨에서 최근 긴급공지문을 올렸다고 하던데, 시위에 나선 유저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알맹이는 빠진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 달 간담회를 열겠다는 말만 있고, '확률 조작'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책이 안 나와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넥슨 유저들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재원 / 마비노기 유저연합회 대표 : 3조 클럽에 가입하고, 연봉도 신입사원 5천만원부터로 (올랐다고) 하는데 그게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인지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좀 공정하게 장사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준상 / 마비노기 유저 :  확률 표시는 당연히 게임사에서 밝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패치가 되고 이제 원하는 좋은 옵션을 뽑기 위해선 넥슨이 판매하는 캐시(유료)아이템 밖에 없습니다.]

[앵커]

넥슨 측의 입장은 정확히 뭡니까?

[기자]

넥슨은 "확률 조작은 없었고, 시세 조작 등  비정상 거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넥슨의 지난해 매출 중,  한국 시장 매출이 5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앵커]

이 문제가 비단 넥슨 말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엔씨소프트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고요?

[기자]

네, 엔씨의 효자 게임 리니지2M에 최근 출시된 '신화 무기'란  2중 확률형 아이템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신화 무기는 1단계인 '신화 제작 레시피'를 만든 뒤 두 번째 뽑기를 거치는데, 엔씨는 첫 번째 단계 유료 아이템에만 확률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리니지2M 이용자들에 따르면 현금 2억 원을 써도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1단계 아이템들을 모두 모아도 두 번째 단계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 

결국 논란의 본질은 사행성 조장 논란인 것 같아요? 

강 라데, 게임 업계는 이 부분에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그 배경에는 게임 업계의 '자율규제'에 있습니다.

게임 업계는 현재 자율규제라는 명목으로 현금으로 구입하는 '직접 뽑기' 아이템 확률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엔씨의 '리니지2M' 사례처럼 먼저 유료로 아이템을 구매하고, 다시 그 아이템을 무료로 사용할 때 확률이 발동되는 2중 확률형 아이템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앵커]

결국 자율 규제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인 셈이네요? 

[기자]

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심사가 될 예정입니다.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등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범위도 자율규제의 '캡슐형 아이템'에서 유료와 무료가 결합된 형태 확률형 아이템까지로 넓어집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뒤늦게나마 예의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게임사들은 당연히 반발하겠죠? 

[기자]

게임협회는 이런 국회의 법적 규제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습니다.

협회는 "확률형 아이템은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는 대표적인 영업 비밀"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게임 사행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한마디씩 하는 곳이 있죠. 

학계 의견은 지금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기자]

게임사의 자율규제에만 의존하면 '사행성 조장'이 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한국게임학회장 이야기 들어보시죠.

[위정현 / 한국게임학회장 : 로 보다도 더 낮은 확률의 아이템이 실제로 나오고 있습니다. 낮은 확률을 가지고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사가 법적 제재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된 다음에라도 (확률) 정보 자체를 정확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3N'으로 불리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지난해 매출액이 도합 8조 원을 넘었는데요.

자율 정화가 안 되면 법적인 강제 수단으로 사행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게임사의 주요 수익원인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데요.

과소비를 유발하고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지적과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게임 산업 발전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 권리를 지키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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