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없애는 법' 검색한 아동학대 부모..범행 숨기기에만 급급(종합)

나보배 2021. 2. 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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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2주 된 갓난아이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부부의 범행 은폐 시도가 경찰 수사로 벗겨졌다.

이들 부부는 아이를 심하게 때린 뒤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멍 빨리 없애는 방법'을 검색하는가 하면, 경찰과 소방대원에 거짓 진술과 연기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지난해에도 숨진 아이보다 먼저 태어난 딸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점으로 미뤄 아동학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 진술을 반복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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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은폐하려 거짓 반복..부검 결과 나온 뒤에야 "던졌다" 인정
소홀한 육아 정황도 드러나.."육아에 대한 관심과 고민 없어"
생후 2주 아들 학대·숨지게 한 부모 (전주=연합뉴스) 2월 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경찰서에서 생후 2주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부모가 말없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태어난 지 2주 된 갓난아이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부부의 범행 은폐 시도가 경찰 수사로 벗겨졌다.

이들 부부는 아이를 심하게 때린 뒤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멍 빨리 없애는 방법'을 검색하는가 하면, 경찰과 소방대원에 거짓 진술과 연기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살인 및 아동학대중상해·폭행 혐의로 구속된 부모 A(24·남)씨와 B(22·여)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부부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 기록은 충격적이었다.

이들 부부는 119 구급대에 신고하기 8시간 전인 지난 9일 오후 3시께 휴대전화로 '멍 빨리 없애는 법'과 경기 용인에서 발생한 이모의 '아동 물고문 사건'을 검색했다.

검색 당시 아이는 분유를 먹지 못하고 토하거나 눈 한쪽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다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급대원이 도착한 이후에도 이들 부부는 거짓 연기를 했다.

반복된 폭행으로 호흡과 맥박이 없던 아이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시신을 부검한 의료진은 이때 아이는 숨진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부부의 거짓말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아이의 사망 원인을 묻는 경찰 질문에 "침대에서 스스로 떨어져서 다친 것 같다"며 발을 뺐다.

시신 여러 곳에서 멍을 발견한 경찰의 추궁이 거듭된 뒤에야 "울고 분유를 토해서 때렸다"고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지난해에도 숨진 아이보다 먼저 태어난 딸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점으로 미뤄 아동학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 진술을 반복한 것으로 판단했다.

호송차 오르는 아동학대 부모 (전주=연합뉴스) 2월 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경찰서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부모가 말없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폭행 이외에 소홀한 육아 정황도 발견했다.

숨진 아이는 부검 당시 영양실조에 이를 단계는 아니지만, 또래보다 몸무게가 적은 저체중 상태였다.

경찰은 정확한 체중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태어난) 일수보다 확실히 몸무게가 가벼웠다"고 말했다.

부부가 사는 오피스텔에는 육아와 관련한 서적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는 육아 방법이나 아이가 아플 때 대처하는 요령 등이 적힌 문서나 책이 있는 게 보편적인데, 이들 부부의 집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찾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실제 부부는 아이를 폭행하고도 약을 발라주는 등 구호 조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송희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부부가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본다"며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몇 대 때린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고 부검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던졌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의 직접적 사인은 친부에 의해 침대로 던져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두부 손상과 뇌출혈"이라며 "피의자들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육아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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