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그림자'에 흔들린 靑..검찰 인사 후폭풍에 '휘청'

이혜영 기자 2021. 2. 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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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표명 신현수, '秋라인' 검찰 인사로 이견
박범계, 사실상 민정 패싱..파열음 이어질 듯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월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7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가 검찰 인사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신현수 민정수석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인사 갈등'을 이유로 수 차례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을 둘러싼 정부와 청와대 간 불협화음이 재점화됐다.

특히 박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간부인사에서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과 추미애 전 장관의 측근이 유임된 점을 고려하면 '추미애의 그림자'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 점이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면서 파장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현수, 박범계와 이견으로 사의표명"

청와대는 임명 두 달도 채 안된 민정수석의 사의표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이례적으로 이를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신 수석이 검찰 인사와 관련해 박범계 장관과의 이견으로 사의를 표명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17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과 법무부의 견해가 달랐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법무부와 민정실간의) 이견이 있었다"며 "신 수석은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에 인사가 발표돼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율이 끝나지 않은 인사안을 박 장관이 밀어붙였고 이를 문 대통령이 결재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통령은 결부짓지 말아달라"면서도 "박 장관의 의지대로 절차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결국 박 장관이 검찰 간부 인사를 추진하면서 신 수석 등 민정실과의 조율이 끝나지 않은 채 최종안을 발표하자 민정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문 대통령이 이에 격노, 박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민정수설실 내부 암투나 이견이 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검찰 간부) 인사에 있어 신 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뜻이 같았다. 이번 사안을 민정수석실 내부 상황과 연결하지 말아달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명신 반부패비서관이나 김영식 법무비서관은 김종호 전임 민정수석 시절 사표를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신 수석의 거취에 대해 "몇 차례 사의를 표했으나 문 대통령이 그때마다 만류했다"며 "신 수석은 아직 사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은 전날 국무회의에 이어 17일 오전 청와대 내부 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현수 민정수석이 1월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라인' 인사 문제로 갈등 촉발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의표명으로 인한 충격파는 상당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왔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었다는 점에서 신 수석이 가진 상징성은 컸다. 그러나 검찰 관련 파열음으로 신 수석의 입지가 불안정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청와대가 입을 내상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을 매개로 한 청와대 내부와 법무부 간 충돌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퇴임하는 오는 7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논란의 단초가 된 검찰 인사가 결국 추미애 전 장관 측근들의 거취 이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 정치권으로까지 공방이 확산될 조짐이다. 

앞서 박범계 장관 취임 후 단행된 첫 검찰 인사에서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윤 총장 징계에 관여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하며 사실상 '영전'됐다. 

신 수석은 지난해 추 전 장관과 윤 총장 간 극한 대립을 끝내기 위한 차원에서 두 사람의 거취에 대해 박 장관과는 다른 의견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의견을 주고받던 과정에서 박 장관이 최종안을 발표해버리자 신 수석의 입지는 타격을 받게 됐다. 

신 수석으로서는 '조국 사태' 이후 장기간 이어져오던 검찰과의 갈등 피로도를 인사를 통해 만회해보려 했지만, 첫 단추부터 실패했고 이에 거듭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정권 끝나고 화 못 면할 것" vs "비서는 비서일 뿐"

야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즉각 문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신 수석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검찰총장을 쫓아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권의 비리를 감춰줄 검사는 그 자리에 두고, 정권을 강하게 수사하려는 검사는 전부 내쫓는 짓에 민정수석마저 납득하지 못하고 반발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뭘 잘못했는지 돌아보고 바로잡지 않으면 정권 끝나고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가장 문제가 많은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비정상적이고 체계에 맞지 않는 인사에 대해 취임한 지 한 달 갓 지난 민정수석이 사표를 내는 지경"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추미애 전 장관과 달리 검찰 인사가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했지만, 역시나에 머물렀다"고 쏘아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일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낸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신 수석의 사의표명을 비판하고 나섰다. 

황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신 수석이 사의를 표시한 표면적 사유가 '지난 7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논의에서 배제당해서다'라는 것이 진짜라면 수석비서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자)존심만 세우려 한다면 대통령의 비서로는 부적격 아닌가. 수석비서도 비서의 수석일 뿐 비서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황 최고위원은 "검찰과 장관 사이에서 검찰 편을 들다가 그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좌절되고 본인 입장이 이도저도 아니게 되자 사의를 표명한 것 같다"며 "아무리 선거과정에서 대통령을 도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신현수)는 검찰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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