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22사단에서 경계 구멍 잦은 이유는?
합참도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22사단 해안 경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서욱 국방장관은 17일 국회에서 북한 남성이 귀순하는 과정에서 군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장관으로서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사과했다. ‘경계 실패’를 문제로 국방부 장관이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2019년 6월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귀순 사건 당시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의 ‘사과 성명’ 이후 2년 만이다.
22사단은 이전에도 숱한 사건·사고들로 점철된 곳이다.
1984년 6월에는 병사가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12명을 살해하고 11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월북한 사건도 있었다. 이른바 ‘조준희 일병’ 총기 난사 사건이다. 당시 난리가 났을 법 했지만 1994년 법개정 이전까지 군사기밀보호법 11조에 묶여 조용히 묻혔다. 세상에 전모가 알려진 것은 2005년 28사단 530GP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뒤다.
지난 16일 귀순도 파장이 작지 않아 보인다. 진상조사 이후 사단장 등 해당 부대 인사들의 문책이 예상된다.
유독 22사단에 이렇게 많은 사건·사고들이 터지는 이유는 뭘까.
근무 기강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방대한 사단 임무지역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군 관계자는 “사단 병력수는 동일한데 임무지역이 다른 사단에 비해 너무 넓다”면서 “지상과 해상 지역을 함께 관장해야 해 병사들 피로도가 높아 경계에 빈틈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관들도 서로 안 갈려고 한다”며 “인사발령이 나면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곳으로 가냐’며 신세 한탄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22사단으로 귀순한 북한 주민이 군사분계선(MDL) 일대를 배회하는 것을 우리 군 감시장비가 최초 포착한 시점은 11월 2일 오후 10시14분(3초간), 10시22분(30초간) 등 두 차례였다. 이후 추가 관측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졌던 북한 남성은 다음날인 3일 오후 7시25분쯤 GOP 철책을 넘는 모습이 감시장비에 포착됐다. 산악지형이 만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9일 서욱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비무장지대 안은 서부와 동부 간 작전환경 차이가 많이 있다. 동부지역은 감시장비를 이용해도 비무장지대 안에서 지형 기복이 많이 심하기 때문에 녹록지 않다”며 고충을 말했다.
열악한 근무 환경도 거론된다. 통상 전방사단의 경우 GOP를 책임지는 2개 연대와 이를 뒷받침하는 1개 예비연대로 구성되는데, 22사단은 내륙경계임무와 더불어 해안경계임무까지도 맡고 있어 예비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용 유휴인력이 적다 보니 그만큼 근무는 ‘팍팍’하다고 할 수 있다.
한 예비역 장성은 “근본적 보완이 필요하지만, 현재 병역자원 수급 현황으로 볼 때는 인원 확충은 어렵다”면서 “그럼 병사들이 쉽게 감시·탐지할 수 있는 장비로 바꿔야 한다. 오작동과 오류가 빈번한 전방 경계시스템은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휘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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