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포기한 모습'이었던 정인이 사망 전날.."내일도 올 수 있을까"

유지혜 2021. 2. 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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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하(정인이의 입양 후 이름)는 그날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어요. 율하가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입에 넣지 않았습니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35)씨와 양부 안모(37)씨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정인이 사망 전날 모습을 증언했다.

A씨는 정인이가 그날따라 예쁜 옷을 입고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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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율하(정인이의 입양 후 이름)는 그날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어요. 율하가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입에 넣지 않았습니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35)씨와 양부 안모(37)씨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정인이 사망 전날 모습을 증언했다.

그는 “(정인이가) 등원할 때부터 힘이 없고, 맨발이었는데 손발이 너무 차가웠다”면서 정인이가 당시 스스로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애기가 아무것도 안 먹고 많이 말랐는데 배만 볼록 나왔을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인이 머리에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다고도 했다.

또 A씨는 정인이가 종일 어린이집에 있으면서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대소변조차 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인이) 어머니가 보내준 이유식을 따뜻하게 데워서 먹였는데 다 뱉어내고 물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고, 어머니가 보내주신 우유 하나 먹었다”면서 정상적으로 어린이집에 등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정인이가 그날따라 예쁜 옷을 입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민소매나 티셔츠를 입고 오던 정인이가 원피스에 카디건을 입어 ‘특별히 예쁘게 입혔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일도 우리 율하가 이렇게 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도 했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사형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정인이 사망 전날 정인이를 데리러 온 양부 안씨에게 A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라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A씨는 “대부분 하원할 때 부모님들을 교실로 들어오라고 하지 않는데 당시 (정인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들어오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오늘 하루 모습을 얘기하고 병원에 꼭 가서 영양제라도 맞으라고 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검사가 지난해 9월 병원에 데려간 것과 달리 그날은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이유를 묻자 A씨는 눈물을 쏟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게 제일 마음이 아프다. 일단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온다고 하니까 기다렸고 저녁때 아버님이 오시면 병원에 꼭 데려가라고 말하려고 했다”며 “제가 그날 침묵하는 바람에 우리 율하가 다시는… 그날 밤이 마지막이 됐다는 게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은 지난해 5월 정인이의 다리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하고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정인이가 두 달 만에 등원한 9월에는 정인이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근처 소아과를 찾았고, 당시 의사가 정인이에 대해 학대 신고를 했다. 그 사이 지인의 신고까지 정인이는 숨지기 전 3차례 학대 신고 대상이 됐지만, 세 번 모두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를 부모와 분리하지 않았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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