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만난 백기완 딸.."아버지, 세월호 유족 가슴 아파해"
장녀 "해경 1심 무죄선고 안타까워하셔"
文대통령 "진상규명 속 시원하게 안돼"
정세균 총리 "큰 어른 잃은 슬픔 크다"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박현준 수습기자 =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일생을 헌신해온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지난 15일 향년 89세로 영면한 가운데, 빈소 마련 사흘째인 17일 오전에도 정치권 인사 등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 소장 빈소를 가장 먼저 찾은 조문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7분께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유연상 경호처장 등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이동한 뒤 장례위원회 측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빈소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9시18분께 묵념 후 백 소장 영전 앞에 국화를 놓았고, 이후 "술을 한 잔 올리고 싶다"고 말하면서 술잔을 올린 뒤 절을 했다.
백 소장의 장남 백일씨와 마주한 문 대통령은 "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번 뵙기도 했다"며 "이제는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씨는 "아버님이 살아생전 하신 말씀이 해방과 통일이었다"며 "세월호 가족들을 대상으로 살아생전에 뵈었으면 더 좋은 말씀을 해주셨을 것"이라고 했다.
백 소장의 장녀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아버님이 세월호 유가족분들에 대해 가장 가슴 아파하셨다"며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의 구조 책임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많이 안타까워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속시원하게 안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답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오전 9시26분께 유가족들에게 목례를 한 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 대통령이 나갈 때 빈소를 지키고 있던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통령을 향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보이지 않느냐"고 소리를 쳤고, 문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 없이 빈소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떠난 이후 일반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남성은 "백 선생님은 '임을 위한 행진곡' 작사도 하실 만큼 노동 운동에 큰 영향을 주신 분 아니시냐"며 "평소 노동 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존경하던 분이라 조문을 왔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롤모델이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제가 본받기 위해 노력하셨던 분"이라며 "겉으로는 항상 강직하시면서도 약한 자들을 위해 힘쓰셨던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26분께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빈소를 찾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정 총리는 방명록에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신 큰어른을 잃은 슬픔이 큽니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소서'라고 적었다.
조문을 마친 정 총리는 유족들에게 "가족들은 말할 수 없지만 저희들도 큰 어른을 잃은 슬픔이 크다"며 "항상 노동자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자 노력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힘든 사람들 걱정을 하셨다는 말을 듣고 우리 시대에 책임있는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했다"며 "정부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책임감 있게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백 소장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 별세했다. 그는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 소장은 1932년 황해도 은율군 동부리 출생으로, 1950년대부터 농민과 빈민운동 등 한국 사회운동 전반에 적극 참여했다. 1960년대에는 한일협정 반대 투쟁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백 소장은 1967년 통일문제연구소의 모태인 '백범사상연구소'를 세웠으며, 3선 개헌 반대와 유신 철폐 등 활동에도 참여했다. 1974년에는 유신헌법 철폐 100만인 서명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독자 민중후보로 출마했지만 김영삼·김대중의 후보 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했고, 이후 1992년 독자 민중후보로 다시 대선에 출마했다.
대선에서 낙선한 백 소장은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자신이 설립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통일운동과 노동운동 등을 지원했다.
백 소장은 창작활동에도 힘을 썼는데, '장산곶매 이야기'와 '부심이의 엄마생각' 등 소설과 수필집을 펴내기도 했다.
백 소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사회장'으로 엄수된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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