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V' 핵심기지된 韓..백신앞에 신냉전 사라지나

안정준 기자 2021. 2.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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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당국이 최근 한국을 자국이 개발한 코로나19(COVID-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핵심 생산국으로 명시했다. 이미 생산계약을 체결한 지엘라파에 이어 다수의 제약·바이오사들이 위탁생산을 전제로 러시아측과 접촉 중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스푸트니크V 도입 분위기가 형성된다. 미국 중심의 정통 우방국들이 미국(화이자, 모더나)·영국(아스트라제네카) 대 러시아(스푸트니크V) 구도로 짜여진 '백신 패권' 경계를 넘나든다. 전 세계적 백신 품귀와 스푸트니크V 효능 확인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러시아, "한국, 이미 스푸트니크V 생산국"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전염병·미생물학센터와 러시아 국부펀드 RDIF(러시아 직접 투자펀드)는 스푸트니크V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을 스푸트니크V의 글로벌 핵심 생산국으로 명시했다.

이는 일단 사실이다. 국내 바이오업체 지엘라파는 지난해 11월 RDIF와 1억5000만회분 백신 생산계약을 체결했고, 생산물량은 이미 해외로 공급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일 업체 생산계약으로만 한국을 특정해 글로벌 생산 파트너 국가로 지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GC녹십자와 바이넥스, 이수앱지스 등도 러시아측과 위탁생산 논의를 진행 중인 상태인데, 이와 관련 러시아측 관계자들이 조만간 방한해 이들 업체의 생산설비를 실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 성사를 위한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추가로 복수의 생산사가 최종 확정되면 한국은 명실상부한 스푸트니크V 핵심 생산국이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29일 인천발 모스크바행 화물기 OZ795편으로 '코로나19' 백신 완제품을 운송했다고 밝혔다. 이번 운송은 지난 25일 이후 두번째이다. 해당 백신은 러시아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V' 제품으로 국내 제약업체 '한국코러스(지엘라파 자회사)' 가 위탁생산한 물량이다. 사진은 백신을 탑재한 특수컨테이너를 화물기에 싣는 모습./사진=뉴시스


한국 외에 러시아가 스푸트니크V 글로벌 생산 파트너 국가로 못 박은 곳은 중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브라질이 전부다. 이 가운데 정통적인 서방 우방국은 한국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스푸트니크V 도입(국내 접종)도 염두에 둔 상태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스푸트니크V에 빗장을 풀 조짐이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스푸트니크V를 두고 긍정적 대화를 나눈 사실을 공개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조사단을 파견해 스푸트니크V를 검토한 결과 긍정적 보고를 들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스푸트니크V 허가 관련 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품귀현상 타고 백신 국경 사라진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까지 전통적 외교 관계에 따른 부담 탓에 러시아 백신의 국내 생산과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가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이 같은 우려가 사실상 걷혔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 백신 품귀 현상이 '백신 국경'을 무너뜨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원재료 부족 등을 이유로 1분기 EU 공급 물량을 당초 보다 60% 줄이겠다는 통보를 한 사례도 있었다. 세계 각국과 동시다발적으로 체결된 대규모 계약물량을 백신 개발·생산사들의 생산능력이 따라잡지 못한 결과다.


대안이 필요한 시점에 스푸트니크V 효능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세계적 의학 저널 랜싯을 통해 이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1.6%의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치명적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고 접종 가격도 화이자·모더나의 절반 수준이었다. 영하 18도에서 보관이 가능해 영하 70도 이하 초저온 유통도 필요없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스푸트니크V를 평가절하한 근거가 러시아 특유의 불투명한 임상과 이에 따른 안전성 및 효능 우려였는데 그 빗장이 걷힌 셈이다.

그럼에도 전통적 외교 지형도에 따른 '백신 패권' 앙금이 완전히 걷혔다고 단언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스푸트니크V를 패권 확장의 지렛대로 쓸 의도를 여전히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전 세계가 백신 협력을 요청한다"며 "서방이 이런 사실을 불편해 한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V라는 제품명 자체가 러시아가 소련 시절이었던 1957년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최초로 쏘아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호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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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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