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한‧일해저터널 미적거리면 국가 위기 부른다(?)
[서용찬 기자(ycsgeoje@naver.com)]
한‧일해저터널 사업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한일해저터널 문제가 부산시장선거전에 때맞춰 다시 돗을 올렸다.
정치적 모멘텀을 따라 색깔을 바꾸는 인물로 저평가되긴 하지만 김종인은 제1야당 대표다. 국민의힘을 친일프레임으로 몰아갈 것이 뻔 한 위험부담을 안고 한‧일해저터널 문제를 끄집어 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말대로 한‧일해저터널은 가덕신공항과 함께 부산을 태평양시대 중심도시로 이끌어갈 부산 부활 프로젝트인지 아니면 가덕신공항과 함께 선거용 1+1의 미끼상품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김종인 발 한‧일해저터널 건설은 부산 뿐만 아니라 남부내륙철도 종점역의 위치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거제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일해저터널의 한국 측 출구 3개안 중 2개안이 포함된 거제를 한‧일간 국경역으로 삼아 도시의 국제화를 이끌고 가덕도를 경유 부산으로 철도를 연결하면 남부내륙철과 대륙횡단 열차의 연결 노선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총연장 230킬로미터의 철도노선에 한일해협 최소 130킬로미터 최대수심 220미터의 바다 속을 터널로 연결하는 한‧일해저터널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일해저터널은 당장 한국과 북한이 얽힌데다 일제가 저지른 과거사도 걸림돌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1990년 5월 노태우 대통령이 한일해저터널의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한 후 YS를 거쳐,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9월 일본 방문 때, 노무현 대통령도 2003년 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 철도 연결의 가장 중요한 남북관계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이르러서는 최악의 국면이 되면서 이 문제는 수면으로 내려앉았다.
그 사이 일본과 주변국의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이 한반도를 패싱하고 유라시아 철도의 직통 노선인 러‧일해저터널을 개통하면 어떻게 될까.
한‧일해저터널은 ‘도쿄에서 런런까지’, 일본을 대륙으로 인도하는 도로망 구축이라는 오래된 꿈을 꾸어온 일본이 러‧일해저터널이라는 또 다른 방안과 같이 국제관계를 통해 택일해야 하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러‧일해저터널이 뚫리면 일본은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벗어나게 되고 우리나라는 주변국에 갇힌 섬 아닌 섬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의 출발이 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6년 10월 <산케이> 신문은 보도를 통해 한‧일해저터널 문제를 단순한 친일프레임이 아니라 한국의 경제적 고립, 세계화의 변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던졌던 적이 있다.
<산케이> 신문은 러시아 정부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Trans-Siberian Railway)의 일본 연결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에서 런던까지 … 거제 2개 루트 제시
일본이 아니라 러시아가 제안했다는 것 부터 파격이었다.
당시 <프레시안>도 "'외딴섬 한국'으로 질주…박근혜 정부, 끔찍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문제를 짚었다.
대담형식의 이 기사에는 2006년 3월 남‧북‧러 철도 협상에 참여했던 이철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언급했다.
그를 통해 전해진 내용은 한‧일해저터널이 아니라 러‧일해저터널 추진이 외딴섬 한국, 소위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완벽하게 고립될 수 있다는 예측이어서 충격을 던졌다.
이철 전 철도공사 사장은 “애초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대륙으로 이어진 한반도와 연결하는 방안, 즉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연결하는 방안으로 러시아와 남북이 수년간 노력해왔으며 노무현 정부 때가 정점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남북 철도 연결의 가장 중요한 상수인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권이 시작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게 되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주창했던 박근혜 정권에 이르러서는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를 러시아가 일본에 손을 내미는 이유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1981년 일본,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를 잇는 국제하이웨이(한‧일해저터널) 건설이 처음 제안된 이후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 종종 이슈가 되어왔다.
러‧일해저터널이 완성되면 일본으로서는 한‧일해저터널을 언급할 이유가 없다.
연해주에서 사할린을 잇는 7킬로미터 구간과 사할린에서 홋가이도까지 42킬로미터를 해저터널 또는 다리를 건설하는 러‧일해저터널을 일본 이키섬∼대마도∼거제 또는 부산까지 장장 230킬로미터와 최소 150킬로미터를 해저터널로 연결해야 하는 한일해저터널 노선과 비교하는 것은 접근성이나 경제성에서도 무의미하다.
러‧일해저터널이 개통되면 한국을 제외한 주변국(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은 철도라는 새로운 경제출구를 마련하게 되지만 한국은 국제적 교류에서 변방 취급받는 것은 물론 대형 신업물동량을 해상으로 수출입해야 하는 경제적 고립을 겪게 된다는 의미다.
러‧일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섬이었던 일본은 육지가 되고 육지였던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나 통일이 되지 않는 한 한국은 일본을 경제적으로 따라잡기 어렵게 되고 항구적 고립을 차초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기억해야 한다.
경제는 반일감정이 아니라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는 민족의 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거제와 한‧일해저터널 그리고 남부내륙철도
한일해저터널은 일본과 부산을 연결하는 230킬로미터의 철도연결사업이다.
일본 이키섬과 대마도를 거쳐 부산까지 대한해협 최소 약 150킬로미터 구간을 지하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부산을 연결하는 방법은 거제를 거쳐 부산으로 향하는 길과 부산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두가지 방안이다.
지난 1988∼1990년 2년여 동안 대마도와 거제도 일대 5개 지역에서 해저터널과 관련한 시추조사가 이루어졌다. 일본 이키섬∼대마도∼거제 또는 부산에 이르는 전체 설계도가 이때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제노선은 일운면 서이말 등대가 있는 주변과 남부면 천장산을 거쳐 명진들판을 연결하는 2가지 안이다.
부산시의 정책자문을 맡았던 한 국립대학의 건축공학교수는 “한‧일해저터널이 부산으로 직통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되면 기존 도시 4킬로미터가 망가진다. 철도부지의 폭이 넓게는 120미터를 유지해야 하는데 역사와 철로를 연결하기 위해 쓰이는 비용에다 도시를 개조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거제로 터널이 올라와서 가덕을 건너 서부산에서 김해 경부선 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산 역(국경역)은 서부산 즉 낙동강 건너 이서지역으로 가야 한다. 기존 시가지 통과하려면 망가지는 비용, 도시개조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종인 대표가 가덕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가덕의 경우도 국경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데는 거제에 비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제는 한일해저터널이 완성될 경우 국경역 설치가 가장 용이한 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당초 한일해저터널이 성사가 될 경우를 예상해 거제역이 시발역이고 국경역이 될 만한 장소로 거제 명진들판을 지목한 배경이다.
거제는 남부내륙철도 종착역을 어디에 두느냐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국토부가 제시한 역사위치는 고현 상동과 거제 사등면이다.
1안인 고현 상동노선은 거제 명진들판을 지나 고현으로 연결된다. 거제 상동에 명진터널이 개통되면 거제면과 고현은 10분 이내로 이동거리가 줄어든다. 아주터널과 명진터널과도 연결이 가능하다. 사등도 마찬가지다. 산고개만 넘으면 명진이다.
거제의 백년대계를 위한 역사위치로 거제 들판 만큼 여건을 충족하는 곳은 없다. 지금이야말로 거제시는 한일해저터널과 관련한 자료부터 수집해 거제의 변화를 제대로 분석하고 그랜드비전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또한 남부내륙철도 종점 문제도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용찬 기자(ycsgeoj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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