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달러 간다" vs "역대급 거품"..비트코인 둘러싼 갑론을박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5만달러(약 5510만원)을 돌파하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미래 전망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결국엔 10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반대편엔 "결국은 거품"이라는 회의론이 자리한다.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뉴욕에서 5만 689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5만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런던에서도 5만달러가 넘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등에서도 이날 비트코인은 5500만원선을 돌파했다.
◆ 기관-개인 쌍끌이 매수..."이번엔 다르다"
과도하게 높은 랠리라는 우려에 낙관론자들은 "이번엔 다르다"고 말한다. 과거 여러 차례 고점을 찍었다가 급락했던 전적이 있는 비트코인이지만, 이번 매수세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다. 과거 비트코인은 2017년 말 2만달러 선을 넘은 후 마주한 급락장에서 3천달러대로 80% 이상 폭락했다.
하지만 이때는 개인이 장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기관도 매수세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투자는 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사 그레이스케일의 운용자산(AUM)은 지난 1월 21조원에 근접했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이미 7만 2000개의 비트코인(약 36억 달러, 한화 3조 9800억원 가치)을 소유하고 있다.
기관 매수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상승장의 포문을 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비트코인으로 자사 전기차를 결제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며, 테슬라가 이미 15억달러(약1조 653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움직임에 기존 금융시스템도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BNY 멜론)은 비트코인을 다른 금융 자산처럼 취급하기 시작하겠다고 밝혔고, 마스터카드도 올해 안에 결제 네트워크에 암호화폐를 포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하는 ETF가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다수의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현 상승장은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로 시작된 만큼 2017년 버블과는 다르게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CEO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면서 "비트코인은 3년 전보다 안정적인 자산이다"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상품전략가인 마이클 맥글로운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계속되겠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트코인은 10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역대급 거품" 회의론도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 상승장은 많았지만 항상 다시 하락했다는 점에서 결국 거품이고 투기라는 이유다.
비판자들은 비트코인이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테슬라 같은 거대한 회사가 결제수단으로 채택했지만, 과도한 변동성으로 인해 다른 회사의 재무책임자들이 이를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지난 1월 급등락 장세 당시 매일 10% 이상 오르거나 내리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주택시장 거품 붕괴와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대부분의 상품, 심지어 금까지도 약간의 유용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비트코인은 가치도 없고 실제 사용도 거의 없으며, 채권이나 주식 배당금과 같은 안정적인 수입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며 "한번 폭락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비트코인을) 사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비트코인 회의론에 동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실제 화폐가 아니며, ECB는 비트코인을 사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불법 자금 세탁에 사용되는 암호화폐에 대해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달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많은 가상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한 사용을 축소시키고 돈세탁을 근절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분석 회사인 체인 아날리시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암호화폐를 사용한 불법 거래 규모는 100억 달러에 달했다.
인도 정부는 돈세탁을 막겠다며 민간 가상화폐 유통을 전면 금지시키는 ‘민영 가상화폐 금지법’ 입법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인도는 민간 시장을 막는 대신 인도중앙은행(RBI)이 발행하는 공식 디지털화폐를 독점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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