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카 물고문' 이모 부부에 살인죄 적용.. 신상 공개는 안 하기로

오상도 2021. 2. 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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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조카를 마구 때린 뒤 욕조 물에 머리를 집어넣어 숨지게 한 이모 부부에게 경찰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죄를 적용했다.

다만 경찰은 피해자 오빠 등 가족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모 부부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17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차례의 폭행과 '물고문' 행위로 조카 A(10)양을 숨지게 한 이모 B씨 부부에게 이처럼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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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가 지난 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초등학생 조카를 마구 때린 뒤 욕조 물에 머리를 집어넣어 숨지게 한 이모 부부에게 경찰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죄를 적용했다. 다만 경찰은 피해자 오빠 등 가족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모 부부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17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차례의 폭행과 ‘물고문’ 행위로 조카 A(10)양을 숨지게 한 이모 B씨 부부에게 이처럼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속발성 쇼크사’→‘미필적 고의’ 판단…A양 오빠 등 노출 우려에 이모 부부 신상 공개 안 해

경찰은 ‘속발성 쇼크사’란 1차 부검의의 의견을 근거로 이모 부부의 고의성을 판단했다. ‘죽여도 상관없다’는 미필적 고의를 가진 상태에서 A양을 폭행했다고 본 것이다. 미필적 고의란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범행을 저지른 것을 이른다. 다만 2차 부검을 통해 이모 부부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추가 단서를 찾아야 한다.

경찰은 일부 강력범죄에 한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지만, 이번에는 신상 공개 특례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전날 오후 경찰 내부위원 3명과 변호사, 심리학과 교수 등 외부인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위원회에선 “이 사건 범죄의 잔혹성과 사안의 중대성은 인정된다”면서도 “B씨 부부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부부의 친자녀와 숨진 A양 오빠 등의 신원이 노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앞서 이모 B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 8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자택의 화장실에서 A양이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파리채 등으로 마구 때리고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학대 사망사건 발생 후 폴리스라인이 쳐진 용인시 내 이모의 아파트 입구. 연합뉴스
경찰의 B씨 부부에 대한 살인죄 적용은 ‘폭행으로 생긴 피하출혈이 쇼크를 불러왔다’는 1차 부검의의 의견을 근거로 한 것이다. 단순 폭행이 아닌 지속적인 폭행으로 인해 발생한 속발성 쇼크사라는 뜻이다. 숨진 A양의 주검에서는 폭행으로 생긴 수많은 멍 자국과 몸이 묶였던 흔적 등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 살인죄, 아동학대치사죄보다 양형 기준 2배 이상…경찰, 숨진 A양 친모도 조사

속발성 쇼크사에 따른 살인죄 적용은 아동학대치사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아동학대치사죄(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는 살인죄(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와 비교해 법정형량이 가볍진 않다. 하지만 양형 기준으로 따져보면 아동학대치사죄가 4∼7년, 살인죄가 10∼16년가량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경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이날 오후 B씨 부부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지난 8일 이모 부부를 긴급체포한 만큼 이날이 검찰로 사건을 넘겨야 하는 ‘마지노선’이다. 향후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살인죄 적용 여부는 최종 판가름날 전망이다.

실제로 아동 학대와 관련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 판례는 여럿 있다. 2013년 7세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에 대해 2심 법원은 같은 혐의로 징역 18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최근 A양의 친모 C씨도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C씨는 딸인 A양이 B씨 부부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를 뒷받침할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지난해 11월 초 이사 문제와 직장 때문에 아이를 돌보기 어려워지자 언니인 B씨 부부에게 A양을 맡기곤 가끔 찾아와 A양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A양은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말 이후부터는 특별히 사용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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