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장난감에도 반응 없던 정인이.."모든 것 포기한 모습"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가 입양 초기부터 계속 학대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인이는 어린이집에 입소한 지난해 3월에는 쾌활한 아이었지만 7개월 간의 학대 끝에 사망하기 직전에는 "모든 것을 포기한 모습"을 보였다는 내용이다.
정인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는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씨와 양부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가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 3월 2일 정인양이 처음 입학했을 당시의 첫 인상에 대해 "쾌활하고 얼굴이 예쁘고 항상 밝은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같은 달 24일을 시작으로 정인이의 신체에서 지속적으로 상처가 발견됐다. 보통 아이가 1년에 한두번 상처가 나서 등원한다면 정인이의 경우 1~2주 빈도로 상처가 발견됐다.
A씨는 "얼굴, 이마, 귀, 목, 팔 등에 반복적으로 상처가 나서 어린이집에 등원했다"면서 "장씨에게 상처가 난 이유를 묻자 '잘 모르겠다'하거나 대부분은 '부딪히고 떨어졌다'는 대답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정인양의 허벅지와 복부에서도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 당초 얼굴에서만 발견되던 상처가 다른 부위에서도 나오면서 A씨는 결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A씨는 "장씨가 당시 '베이비 마사지를 해서 멍이 들었다'고 해명했다"면서 "그 나이 또래에 허벅지나 배에 상처가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신고 후에도 상처는 간혹 발견됐지만 7월 이후부터는 그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친딸인 언니와 달리 정인양이 7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정인이 걱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청에 보고해야 한다'는 말까지 지어내며 등원을 촉구했지만 장씨는 "코로나19 감염 때문"이라며 거부했다.
두 달 만에 등원한 정인이는 야윈 모습이었다. A씨는 "정인이를 않았을 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겨드랑이 살이 가죽처럼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추석 직전까지 등원하던 정인이는 연휴를 기점으로 다시 결석했다. 정인이는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 어린이집을 다시 찾았지만 9월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CC(폐쇄회로)TV 영상에서 정인이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이 뛰어놀 동안 정인이는 교사 품에 안겨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당초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이던 정인이는 장난감을 보여주고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반응하지 않았다. A씨는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며 "제가 그날 침묵하는 바람에..."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A씨는 이어 "손과 팔이 너무 차가워 양말을 신겨줬다"면서 "몸은 말랐는데 배만 볼록 나와 있었고 머리에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유식을 줘도 먹지 못하고 뱉어냈다"고 덧붙였다.
당시 장씨가 정인이를 먹이라고 건넨 이유식에는 비린내가 났다고 A씨는 부연했다. 정인이는 복부에 앞쪽에서 뒤쪽으로 가해지는 강력한 힘으로 췌장이 절단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씨는 지난해 5월쯤부터 수차례에 걸쳐 폭행을 이어와 정인이에게 후두부, 왼쪽 쇄골, 양쪽 갈비뼈, 오른쪽 팔뼈, 왼쪽 어깨뼈, 오른쪽 대퇴골 등 전신에 발생시기가 다른 골절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장씨는 5회에 걸친 정서적 학대와 15회에 걸쳐 정인이를 혼자 있게 한 상습 유기한 사실도 있다. 그러다 장씨는 지난해 10월13일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인이의 양 팔을 잡아 휘두르다 떨어뜨렸고 팔꿈치 탈골, 췌장 절단,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해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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