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아이였던 정인이, 마지막엔 모든 것 포기한 모습이었다"

이희경 2021. 2. 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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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은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의 사망 전날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기억했다.

A씨는 이어 "아이의 건강이 염려돼 병원에 데려갔고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학대 신고를 했다"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인이는 가정에서 '분리 조치' 되지 않았고, 오히려 말도 없이 병원에게 데려갔다며 양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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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을 하루 앞둔 17일 서울 남부지법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중국 등 해외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인이는 모든 것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과자나 장난감을 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집 원장은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의 사망 전날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기억했다. 원장은 정인이가 입양 초기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받아왔다고도 증언했다. 시민들은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는 손팻말을 들고 재판부를 향해 양부모를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인 A씨는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씨와 양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2020년 3월부터 신체 곳곳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처음 입학할 당시만 해도 정인이는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건강 문제도 없이 연령대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하지만 입학 이후 정인이의 몸 곳곳에서 학대 흔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 이후 정인이의 얼굴과 팔 등에서 멍이나 긁힌 상처 등이 계속 발견됐다”며 “허벅지와 배에 크게 멍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 모 씨가 지난 1월 13일 1심 첫 공판이 끝난 뒤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원장인 A씨가 장씨에게 상처 원인을 물으면 대부분 ‘잘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다고 했다. 허벅지에 난 멍에 대해서는 ‘베이비 마사지를 하다 멍이 들었다’는 해명을 들었다고 A씨는 전했다.

친딸인 언니와 달리 정인이는 7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다. 장씨는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오지 않는 이유를 묻는 증인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A씨는 “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다시 나온 정인이는 몰라보게 변해있었다”며 “아프리카 기아(를 겪는 아이)처럼 야위어 있었고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도 심하게 떨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아이의 건강이 염려돼 병원에 데려갔고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학대 신고를 했다”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인이는 가정에서 ‘분리 조치’ 되지 않았고, 오히려 말도 없이 병원에게 데려갔다며 양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망 전날인 2020년 10월 12일 어린이집을 찾은 정인이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폐쇄회로(CC)TV에 담긴 정인이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약한 모습이었다고 A씨는 증언했다. 활발하게 뛰노는 아이들 사이에서 내내 교사의 품에 안겨 축 늘어져 있었다는 것.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며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인이의 몸은 말랐는데 유독 배만 볼록 나와 있었고,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다”며 “이유식을 줘도 전혀 먹지 못하고 전부 뱉어냈다”고 말했다.

정인이는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을 거뒀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청사 앞 인도는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민들은 ‘살인자 양모 무조건 사형’,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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