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금융
올해 금융시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과 마이데이터 시행 등 많은 변화가 예고돼 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모든 것이 새롭게 정의되는 상황에서 지금은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금융에 대한 화두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우선 금융의 역할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인류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산업과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불평등을 수반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피게티 교수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에서 “자본수익률이 전반적인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앞서기 때문에 부가 최상위계층에만 계속 축적되므로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불평등이 악화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는 여기에 새로운 문제까지 부가시켰다. 바로 불균형과 양극화다. ‘이익공유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은 심각하다. 이에 최근 ‘공공선 자본주의’ 개념이 재조명받고 있다. 팬데믹 이후의 금융은 치유와 회복을 위한 체감적 개입이 더욱 요구된다.
두 번째 화두는 금융인프라의 융합적 활용이다. 금융인프라는 크게 ICT의 물적 인프라와 금융전문가의 인적 인프라가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무한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융인프라의 융합적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물적 부분에서는 금융회사와 핀테크업체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디지털 혁신 노력이 크게 증가되고 있다. 문제는 인적 인프라다. 인적 인프라는 자생적인 시너지 창출이 어렵다. 그러므로 금융 당국이 정책으로 풀어내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통해 도입되는 금융상품자문업자 자격 요건을 투자성·보장성·대출성의 금융상품 유형별로만 지정하겠다는 계획에서도 나타난다. 가계 포트폴리오는 금융상품 간 복합적 상호관계를 가지며 자산규모·위험성향·은퇴계획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자문 수요가 대부분이므로 칸막이로 단절된 특정 분야만으로 그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힘들다는 것이 현장전문가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자문이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CFP(국제 공인재무설계사)와 같은 종합 재무설계 역량을 지닌 전문가를 자문업자로 유인하기 위해 법률에서 정한 시험을 면제해 자격 간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고, 호주는 회사법 개정을 통해 재무설계사 명칭 사용을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금융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적절한 금융전문가를 찾아 자문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연결성’이고, 연결은 창조를 낳는다. IoT의 연결을 넘어 금융인프라의 다양한 융합을 통해 팬데믹 이후 새로운 금융의 역할을 창출해나가야 한다. 현재 국내는 미국의 CFP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인력이 2만3000여명 양성돼 있다. 금융 당국은 민간에서 양성한 이러한 금융전문가들을 사회적 자원으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편 방역전문가들은 세계 인구 70% 정도가 백신 접종이 끝나는 2023년 이후에나 코로나19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당분간은 혼란과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K-방역을 통해 위기대응력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이 우리에게는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다. 세계경제포럼(2019) 국가경쟁력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41개국 중 13위, ICT 보급률은 1위를 차지했다.
팬데믹 이후 금융은 ICT 의존도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ICT를 기반으로 금융전문가가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서비스가 금융 시스템의 기본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민간, 기업과 가계, 기술과 사람이 줄탁동시(啄同時)의 자세로 대처해 세계 금융시장의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이를 통해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금융은 융합과 연결로 접근성이 강화된 금융, 미시적 개입으로 포용성이 확대된 ‘힐링의 금융’이 돼야 한다.
김용환 법무법인 세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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