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변이, 백신 신무기 ‘T세포’로 잡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2. 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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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생성에 집중한 기존 백신…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과 떨어져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녹색). 최근 코로나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떨어지자 변이에 강한 T세포가 백신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슬로언케터링암센터

국내에서 곧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변이 바이러스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코로나 백신이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백신의 전략을 수정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있다. 기존 백신이 바이러스를 꼼짝 못 하게 붙잡는 항체에 집중했다면, 새로 개발하는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없애버리는 T세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바이러스라는 적군의 진화에 백신도 신무기를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인체의 면역 반응 / 그래픽=김하경

◇T세포의 바이러스 공격 목표가 훨씬 다양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나 그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이다. 한 번 약하게 바이러스를 경험한 인체는 나중에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바로 막아낼 수 있다. 코로나에 면역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백신이 최근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는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미국 화이자의 백신은 영국과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도 막아내기는 했지만, 이전보다 항체가 2~10배 더 필요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는 예방 효과가 10% 수준에 그쳤다.

과학자들은 기존 백신의 주력 무기인 항체 단백질 대신 T세포가 변이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에 돌기처럼 솟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세포에 결합시키고 침투한다. 항체는 바이러스의 열쇠에 해당하는 스파이크에 결합해 감염을 막는다. 동시에 백신은 면역세포인 세포 독성 T세포를 유도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한다. 도움 T세포는 항체와 세포 독성 T세포의 생성을 동시에 촉진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아니카 칼슨 박사는 지난 1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T세포는 코로나 환자의 경증과 중증의 차이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기도 윗부분에서 T세포가 코로나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면 바이러스가 몸 전체로 퍼지지 못해 증상이 약해진다는 말이다.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없애면 감염자의 몸에서 바이러스 양도 줄어든다.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도 감소한다.

특히 T세포는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강하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연구소의 알레한드로 세티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셀 리포트 메디신'에 “코로나 환자는 몸에서 바이러스 단백질의 15~20군데를 공격하는 T세포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로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돌연변이가 생겼다. 스파이크에 결합하는 항체가 주무기인 백신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T세포를 벗어나려면 다양한 공격 대상 모두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러기는 쉽지 않다고 세티 박사는 밝혔다. 더구나 T세포가 공격하는 부위는 최근 변이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곳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항체와 T세포 동시 유도하는 백신 업그레이드

과학자들은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 백신의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T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항체는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가 심한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만 감지하지만, T세포는 바이러스 안쪽 단백질도 공격 목표로 삼는다.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은 스파이크와 달리 구조가 매우 안정돼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이오기업인 그리트스톤 온콜로지는 항체를 유도할 스파이크 유전자와 함께 T세포 반응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 단백질 유전자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임상시험은 올 1분기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제넥신이 같은 방식으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제넥신의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DNA에 담아 인체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DNA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와 함께 바이러스 내부에서 유전물질을 감싸고 있는 캡시드 단백질의 유전자도 집어넣었다.

성영철 제넥신 대표는 “캡시드 단백질은 돌연변이가 거의 없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백신이 T세포의 면역반응을 충분히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넥신은 지난달 20일부터 17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의 임상 1·2상 시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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