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조카 물고문한 이모 부부, 살인죄 적용.. 친모는 방임 혐의로 입건

김우영 기자 2021. 2. 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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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모 부부 살인죄 적용하기로
친인척 노출 우려로 신상은 비공개
숨진 아이 친모는 방임 혐의로 입건

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와 이모부의 범행은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부부는 20여 차례에 걸쳐 조카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물이 찬 욕조에 머리를 여러 차례 집어넣었다. 성인도 견디기 어려운 학대에 경찰은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살인죄 적용에 따라 부부의 신상 공개가 가능해졌지만, 경찰은 친인척의 신상 노출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숨진 아이의 친모는 학대 정황을 인지하고도 모른 채 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에 방임 혐의로 입건됐다.

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가 지난 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20여 차례 학대…"물고문 더 있었다"

17일 경기남부경찰청과 용인동부경찰서는 살인과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혐의를 받는 이모 A씨와 이모부 B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부부는 여동생의 부탁을 받고 약 3개월간 조카 C(10)양을 맡아 키우면서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 8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5분까지 약 3시간 동안 플라스틱 막대와 파리채 등으로 C양을 무차별 폭행했다. C양이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가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팔과 발을 끈으로 묶은 뒤 욕조에 물을 받아 C양의 머리와 다리를 붙잡고 10~15분간 3~4회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C양의 머리를 잡고 남편 B씨가 C양의 다리를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C양의 머리를 물속에 넣은 시간을 재기 위해 ‘하나, 둘, 셋’ 숫자까지 셌다.

조카를 상대로 한 학대는 지난 1월 24일에도 있었다. 이때도 A씨 부부는 C양의 손발을 결박하고 물고문을 저질렀다. 당시 A씨 부부의 자녀 2명도 집에 함께 있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도합 20여차례의 폭행과 2차례의 물을 이용한 학대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일러스트=정다은

◇ 경찰, 아동학대치사죄 → 살인죄 죄목 변경

A씨 부부의 학대는 지난 8일 C양이 숨을 쉬지 않고 몸이 축 늘어지자 비로소 중단됐다. 이들은 119에 "(C양이) 욕조에 빠져 숨졌다"라는 거짓 신고를 하기도 했다. C양은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의료진은 C양의 몸에서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C양의 부검에서는 머리를 포함해 온몸에서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속발성 쇼크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폭력으로 외상을 입었고, 이 과정에서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 시켜 쇼크를 불러와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봤다.

경찰은 A씨 부부의 혐의를 아동학대치사죄에서 살인죄로 죄목을 바꿔 적용했다. 조사 과정에서 어린 C양에게 성인도 견디기 힘든 잔혹한 행위를 가하면서 C양이 숨질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부부가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혐의가 살인으로 바뀌면서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신원공개 대상이라고 판단, 전날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위원회는 A씨 부부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부부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부부의 친자녀와 숨진 C양의 오빠 등의 신원이 노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 경찰 "친모도 방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 방침"

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A씨가 지난 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경찰은 숨진 C양의 친모 D씨도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D씨는 C양이 A 부부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로부터 "동생(D씨)과 통화할 때 조카가 말을 듣지 않아서 체벌했다고 알려줬다"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D씨는 지난해 11월 초 이사 문제와 직장 때문에 아이를 돌보기 어려워지자 언니인 A씨 부부에게 C양을 맡겼다. 가끔 찾아와 C양과 만나기도 했다. D씨는 남편과는 이혼해 혼자 C양을 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A씨 부부를 검찰에 송치하고 D씨에 대해서는 방임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경찰은 A씨 부부의 C양에 대한 폭행과 학대의 횟수와 수위 등을 D씨가 얼마큼 알고 있었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A씨 부부가 자신들의 친자녀들도 학대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며 "이를 비롯한 A씨 부부의 여죄와 D씨의 방임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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